[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제 동남아 축구계에서 '한국'은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됐다.
'동남아 월드컵'인 AFF(아세안축구연맹)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에서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이 계보를 이었다. 조별리그 무패로 4강에 오른 베트남은 싱가포르와의 4강 1차전에서 2대0 완승을 거두면서 결승행을 눈앞에 뒀다. 29일(한국시각) 열릴 4강 2차전에서 0대1로 패해도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위치. 2018년 '파파박' 박항서 감독 체제에서 대회 우승을 일궜던 베트남은 또 한 번의 결승행 문턱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K-풋볼의 동남아 열풍 시작은 박항서 감독이었다. 박항서 감독 선임을 두고 베트남 현지에선 '한물 간 지도자를 데려왔다'는 평가도 나왔던 게 사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은 2018년 AFC(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베트남에 사상 첫 AFC 주관대회 결승행 성과를 안긴 데 이어, 그해 열린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 우승, 2019년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빛나는 성과를 만들었다. 박항서 감독의 성공은 동남아 축구계에 한국인 지도자 영입 경쟁 출발점이었다.
계보를 이어 받은 건 신태용 감독. 2020년 당시 FIFA(국제축구연맹)랭킹 173위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은 그는 코로나19 대형 악재 속에서도 팀을 추스려 스즈키컵 결승에 올랐고, 2022년 미쓰비시컵에서도 4강에 올라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두 감독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화제가 되기도. 이후에도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사상 첫 아시안컵 2라운드행 및 월드컵 3차예선 진출까지 이끌면서 인도네시아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시선은 반반이었다. 전북 현대에서 불명예 퇴진한 그가 베트남에서 성공할지에 물음표가 붙었다. 박항서 감독이 물러나고 필립 트루시에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나 실패를 맛본 베트남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었다. 초반 평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의구심이 싹트기도 했으나, 김 감독은 팀을 맡은 지 6개월 만에 나선 이번 미쓰비시컵에서 성과를 내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세 명의 한국인 지도자들이 동남아 축구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슷하다. 국내와 다른 여건의 동남아 축구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 받는 쪽을 택한 게 주 성공 요인. 특히 동남아 축구계의 콤플렉스였던 기술이 아닌 체력과 피지컬이라는 기본 베이스를 강화하는데 충실하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김상식 감독은 전북 시절에도 강점이었던 선수단 관리 면에서 장점을 드러내면서 빠르게 베트남 축구에 안착할 수 있었다.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와도 정작 현지화 실패로 아쉬움이 컸던 동남아 축구계에서 아시아인의 정서를 십분 발휘하면서 녹아든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 외에도 홍콩, 말레이시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판곤 현 울산 현대 감독 등도 동남아 축구계에 'K-풋볼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미쓰비시컵을 통해 그 흐름은 더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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