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비FA 다년 계약으로 미리 묶어놓으면 내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비FA 다년 계약 제도가 KBO 유권 해석을 통해 공식적으로 시행 되면서 여러 구단과 선수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SSG 랜더스는 2021시즌이 끝난 직후, 문승원, 박종훈, 한유섬에게 투수 1호, 야수 1호 공식적 비FA 다년 계약을 안기면서 투타 핵심 기둥들을 미리 단속하는데 성공했다. 또 다른 사례가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KT 위즈 고영표,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NC 다이노스 구창모 등이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데다 실력과 미래 가치까지 동시에 품고 있는 선수들. 구단이 먼저 다년 계약을 제시했다.
다년 계약을 통해 구단은 해당 선수가 FA 시장에 풀리는 기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선수 역시 강한 소속감 속에 안정적으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단점도 있지만, 대부분 구단이 공들여 키운 가치있는 선수들인 만큼 상징성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누린다. 김광현, 류현진처럼 해외에 진출했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원 소속팀과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렇게 활발하게 활용이 되다보니 FA 취득 직전의 선수를 비FA 다년 계약으로 미리 묶어놓으라는 여론도 자주 형성된다.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이자 '홈런왕' 최정의 경우, 소속팀 SSG와 시즌 중부터 다년 계약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그러나 선수의 요청으로 다년 계약이 아닌 FA 계약을 하게 됐다. 비FA 다년 계약의 경우 계약 구조상 계약금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생각만큼 순탄하게 흘러가는 건 아니다. 내부 FA가 딱 한명이 아닌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KIA 타이거즈다. KIA는 이번 겨울 FA 시장이 열린 후 필승조 불펜 투수 장현식을 붙잡는데 실패했다. 장현식에 대한 필요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KIA 구단 역시 내부적으로 장현식이 가장 필요한 선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리 다년 계약으로 묶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다른 선수들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KIA는 이번 FA 취득 예정 선수가 장현식 외에도 임기영, 서건창이 있었다. 서건창의 경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합류하며 내야 백업 역할을 맡았다. 3명의 선수가 FA가 되는데, 이중 한명의 선수에게만 시즌 중 미리 다년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다른 선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우승을 노리는 팀 입장에서는 팀워크나 선수단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더군다나 이 3명의 선수 모두 한명의 에이전시 소속이라는 점도 다년 계약을 체결하기 힘든 요인이었다.
내년도 마찬가지다. KIA는 주전 유격수 박찬호, 주전 외야수 최원준 등 굵직한 선수들이 생애 첫 FA 취득을 앞두고 있다. 벌써부터 50억원, 많게는 80억원 이상의 계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KIA 역시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어 보인다. 한명의 선수에게 집중해서 미리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 또 다른 선수들과의 관계성이나 에이전시 문제 등이 시즌을 꾸려나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끝까지 면밀히 검토 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 협상 테이블을 차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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