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홈런을 친 뒤에는 타구를 응시하거나 눈에 띄는 세리머니를 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그라운드를 돌아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불문율이다. 투수는 삼진을 잡은 뒤 마음껏 환호하지만, 타자는 손을 들어올리는 등의 간단한 세리머니를 하며 빠른 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돈다.
공식적인 규정은 아니다. 월드시리즈 등 포스트시즌이나 끝내기 홈런 등 결정적 상황에서는 좀종 무시되기도 한다. 그래도 일반적인 정규시즌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를 지킨다.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도 투타 할 것 없이 '야구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예의'라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이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리더 매니 마차도,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배트 플립(방망이 던지기) 장인으로 불리는 팀동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같은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야구통계 사이트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올시즌 가장 빠르게 그라운드를 한바퀴 돈 선수는 피트 크로우 암스트롱(시카고 컵스)이다. 그는 지난 8월 24일 마이애미 말린스전 당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장내홈런)을 쳤다.
당시 암스트롱의 '홈 투 홈' 기록은 14.08초. 스탯캐스트가 문을 연 2015년 이후 10년간 역대 2위 기록이다. 1위는 2017년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트윈스)이 세운 13.85초였다.
반대로 가장 느리게 그라운드를 돈 선수가 바로 마차도다. 마차도는 9월 1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6회 좌중간 투런포를 쏘아올린 뒤 한동안 홈플레이트와 타석 위에 머무르며 타구를 구경했다.
타구가 확실히 넘어간 것을 확인하곤 소속팀 더그아웃을 향해 먼저 방망이를 던졌다. 이어 1루를 향해 천천히 걷는 한편 뿌듯한 표정으로 가슴을 치고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홈플레이트를 밟는 과정에서도 요란스런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이날 마차도가 내야를 한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34.76초. 올시즌 가장 긴 시간이 걸린 '홈 투 홈'이었다.
MLB닷컴은 "마차도는 큰 홈런을 때린 뒤 이를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다.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평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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