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해온 가장 좋은 걸 못 한다는 생각에 눈물 많이 나왔다"
"챔프전에 뛰지 않겠다고 요청…은퇴 후 진로는 구단과 상의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나이도 들고 아픈 곳도 많아서 은퇴를 계속 생각해왔지만, 막상 그 순간을 지나고 나니 시원섭섭합니다. 은퇴 후 진로는 구단과 상의할 계획이고, 뭐든 배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 남자 프로배구의 '레전드'로 큰 족적을 남긴 문성민(39·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15시즌 동안 입었던 현대캐피탈의 등번호 15번 유니폼을 벗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은퇴 경기와 은퇴식을 치렀다.
현역 선수로 뛴 마지막 경기였다.
그는 19-18로 앞선 3세트 후반 덩신펑(등록명 신펑)의 교체 선수로 처음 코트를 밟은 뒤 곧바로 호쾌한 대각선 강타로 첫 점수를 뽑았고, 21-19에서도 힘차게 솟구쳐 올라 상대 코트에 꽂히는 직선 강타로 세트 스코어 3-0 완승에 쐐기를 박았다.
문성민이 현역 선수로 기록한 마지막 2점이었다.
그는 25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여러 기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은퇴 경기에서 뽑은 '마지막 2점'을 꼽았다.
그는 "은퇴 경기 마지막 3세트에 투입됐을 때 특별한 감정이 몰려왔다"면서 "(황)승빈이가 토스를 잘 올려줬고, 강타를 때린 게 잘 들어갔다. 내 배구 인생에서 가장 값진 기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성민은 V리그에서 381경기에 출전해 통산 득점 3위(4천813점)와 통산 서브 에이스 4위(351개)에 올라 있다.
또 한 경기 개인 최다 37득점과 한 경기 서브 에이스 7개, 한 경기 공격 성공률 89.47% 기록 등을 남겼다.
그는 2015-2016,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2016-2017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또 태극마크를 달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은퇴 시점에 대해 "나이가 있고, 몸이 아픈 곳도 많아서 은퇴를 늘 고민해왔고, 감독님과도 상의했었다"면서 "은퇴식은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챔피언결정전이나 내년 시즌 개막전보다는 정규리그 최종전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성민은 대신 챔프전 엔트리에는 넣지 말아 달라고 필립 블랑 감독에게 요청했다.
코보컵 우승과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프전까지 우승하면 '트레블'을 달성하는 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23일 시작된 소속팀 훈련에는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문성민은 "챔프전에는 뛰지 않더라도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볼 훈련을 도와주는 등 어떤 역할이든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은퇴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은퇴식에서 눈물을 쏟은 것에 대해 "배구를 한 지 30년 정도 됐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더는 못한다는 생각과 특히 홈팬들이 많이 찾아준 유관순체육관이라서 더 특별한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은퇴 후 진로에 대해선 "여러 방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챔프전이 끝난 후 구단과 상의할 계획이고, 뭐든 배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홈팬들에게는 "처음 현대캐피탈에 왔을 때부터 많이 사랑해주셨고, 은퇴식에서도 많은 축하를 해주셨다"면서 "팬들이 있어 배구하는 동안 즐거웠고, 기나긴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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