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했을 것이다."
정규시즌 경기와 달리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의 경우 선수들의 집중력은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력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중요한 요소는 정신적인 무장이라 할 수 있다. 수원 KT와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12일 맞붙었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가스공사가 예상을 깨고 KT를 67대64로 물리쳤던 가장 중요한 원인도 여기에 기인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올 시즌 3점슛 전체 1위를 기록한 주 득점원이자 1옵션인 앤드류 니콜슨이 허리 부상으로 이날 경기서 뛰지 못했고, 2옵션인 은도예마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하면서 1차전을 이틀 앞두고 급하게 대체 외국인 선수 만콕 마티앙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하루 정도밖에 손발을 맞추지 못한 외국인 선수 단 1명만이 경기에 나서야 하니 KT의 승리가 예상됐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마티앙에게 14득점-21리바운드나 허용한 것은 물론이고 정규리그 팀 리바운드 1위팀임에도, 리바운드 싸움마저 패했으니 KT로선 할 말이 더 없었다.
14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리는 2차전을 앞두고 송영진 KT 감독이나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 모두 "아무래도 (KT 선수들이) 방심한 것 같다"고 똑같은 진단을 내렸던 이유다. 하지만 강 감독은 "당연히 KT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1차전 수준의 간절함으로 한 발 더 뛰며 수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공격에선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반면 송 감독은 "1차전에서 수비 문제도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공격으로 풀어가야 한다. 두 외국인 선수 해먼즈와 모건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공격으로 풀어가겠다는 상반된 각오를 밝혔다.
1차전과 달리 KT는 전반전부터 잘 풀어갔다.
1쿼터에서 마티앙에게 연속 4득점을 허용하는 등 0-6으로 끌려갔지만, KT는 허훈의 절묘한 패스를 전달받은 하윤기의 연속 골밑슛이 터졌고 문정현의 페인트존 공략에 이어 문성곤과 박준영의 연속 3점포가 터지며 15-14로 첫 역전에 성공했다. 2쿼터에는 1쿼터에 무득점에 그친 허훈이 공격을 이끌었다. 문정현의 3점포로 시작한 이후 골밑슛과 연속 3점포 2개, 미들슛 등 무려 10득점을 몰아넣은 허훈의 '원맨쇼'가 이어지며 36-29까지 스코어를 벌려 나갔다. 여기에 하윤기와 문정현, 그리고 마티앙이 빠진 틈을 타서 모건이 4득점을 보태면서 KT는 전반을 44-34, 10점차로 앞설 수 있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우동현과 정성우, 김준일, 마티앙이 3점포를 합작하기는 했지만 마티앙의 15득점, 김준일의 9득점을 제외하곤 다른 선수들이 좀처럼 공격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2쿼터 종료 9초를 남기고 주전 가드 김낙현이 왼 무릎 부상을 당하며 벤치로 물러나는 악재까지 터졌다.
하지만 후반 시작 후 3쿼터에선 한국가스공사가 힘을 냈다. 공격의 시발점인 허훈부터 철저히 막기 시작한 한국가스공사는 전반에 무득점에 묶였던 벨란겔이 속공으로 첫 득점 물꼬를 튼데 이어 3점포, 그리고 또 다시 속공과 3점포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48-49까지 추격했다. 이어 마티앙의 슛 블록에 이은 신승민의 속공과 마티앙의 포스트업 득점까지 터지면서 3쿼터 종료 1분여를 앞두고 55-54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서 모건이 쿼터 종료 탭슛에 이은 보너스 자유투 1개로 KT는 다시 58-57로 스코어를 뒤집었지만, 살얼음판 승부는 끝까지 계속됐다.
KT는 카굴랑안과 문정현 그리고 마티앙에 묶였던 해먼즈가, 한국가스공사는 벨란겔, 정성우, 신승민이 각각 3점포로 응수하며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71-71로 동점, 도전히 승부의 향방을 알기 힘들었다. 여기서 카굴랑안이 천금과 같은 2개의 스틸로 본인과 허훈의 연속 속공 레이업슛을 이끌어 내며 벼락같이 4득점을 성공, 결국 이는 결승점이 됐다. KT는 이날 경기에서 75대71로 승리,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만들며 한국가스공사의 홈인 대구로 향하게 됐다.
허훈(18득점), 하윤기(14득점), 모건(13득점), 문정현(12득점) 등 4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고른 활약이 승리를 이끌었다.
수원=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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