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LG 아닌 KIA전일까.
KT 위즈의 '영원한 캡틴' 박경수가 은퇴식을 치른다. 박경수는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공식적으로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사실 지난 시즌 사실상 플레잉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시즌 뒤 은퇴를 알렸다. 이미 등번호 69번의 QC코치로 수개월 활약중이기에 은퇴라는 사실에 대해서 크게 울컥하지는 않을 듯. 그래도 제대로 된 은퇴식을 하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는 손에 꼽히는 일이니, 매우 영광스러운 무대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 하나. 왜 상대가 LG 트윈스가 아닌 KIA 타이거즈일 때 은퇴식을 하느냐는 것이다.
원클럽맨 선수들이야 홈경기에서 어느 팀을 상대로든 자유롭게 일정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팀을 옮긴 적이 있는 선수들은 정들었던 친정팀과 경기를 할 때 은퇴식 일정을 잡는게 보통이다. 일례로 최근 KT가 은퇴식을 해준 신본기의 경우도 KT에서보다 더 오래 뛰었던 롯데 자이언츠 생활의 추억이 있기에, 은퇴식을 롯데전에 맞춰 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그렇게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경수는 KT의 영원한 캡틴이지만, LG의 아픈 손가락으로 이미지가 더 강하다.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LG 1차 지명을 받은 대형 유격수 유망주였다. 구단은 4억3000만원의 계약금과 함께 레전드 유지현의 등번호 6번까지 박경수에게 물려줬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LG에서 10시즌을 뛰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적이 없었다.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어야했다. 두자릿수 홈런을 쳐본 적도 없었고, 풀타임 시즌이라고는 하기 힘든 시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KT가 창단을 한 게 박경수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당시 중소형 FA 선수들에 투자를 집중한 KT가 박경수를 데려왔고, 박경수는 수원 이적 첫 해 22홈런을 치며 '거포 2루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장타력, 수비력, 여기에 리더십까지 갖춘 2루수로 롱런하며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2021 시즌에는 통합 우승의 감격도 누렸다.
LG에서는 아픔이 있어서 그랬을까. 항간에는 박경수가 LG전 은퇴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무근. KT 관계자는 "사실 선수도, 구단도 LG전에 은퇴를 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올시즌 LG와의 경기가 주말에 잡힌 게 없었다. 선수도, 구단도 이왕 은퇴식을 하는 거 주말에 팬분들이 많이 오시는 날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일정을 잡다보니 6월1일 KIA전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야구 인기가 많아 주중 경기도 매진되기 일쑤다. 여기에 박경수 은퇴식이라면 KT팬 뿐 아니라 LG팬들도 구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박경수는 가족, 지인, 성남고 은사 및 후배들을 많이 초청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이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주말 중 5시 저녁 경기를 원했다. 상대팀은 아무 구단이나 상관 없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한다.
KT는 성대하게 박경수의 은퇴식을 마련했다. 또 박경수의 등번호 6번과 구장 주소인 경수대로를 조합해 1루 정문을 '경수대로 6번길'로 부르기로 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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