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하지만 로버츠는 장님이 아니다."
LA 다저스 유틸리티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 역사를 쓴 다음 날 벤치로 물러났다. 김혜성은 1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해 18대2 대승을 이끌었다. 수비에서는 유격수로 단독 병살을 기록하고, 중견수로 외야 보살까지 해내면서 공수에서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펼쳤다. 미국 언론은 현대 야구 시대(1900년 이후)에서 한 경기에 안타 4개 이상, 홈런 1개, 단독 병살, 외야 수비 보살을 모두 기록한 선수는 김혜성이 역대 최초라고 일제히 알렸다.
하지만 김혜성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지독한 플래툰 시스템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로버츠 감독은 1일 경기 직후 김혜성이 2일 양키스전에 선발 출전하지 않는다고 예고했다. 양키스 선발투수는 좌완 라이언 야브로였다.
로버츠 감독은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혜성을 6월에도 볼 수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하지만 내일(2일)은 출전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김혜성은 3일에 돌아올 것"이라고 출전 제외 예고를 했다.
김혜성은 다저스와 3+2년 최고 2200만 달러(약 303억원) 조건에 계약하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다저스 주축 선수들과 견주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몸값이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하자마자 팀 최고 유망주 출신인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하면서 김혜성을 중용할 계획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혜성은 시범경기 기간 부진한 바람에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에서 시즌을 맞이했지만, 토미 에드먼의 부상으로 지난달 초 공석이 생기자 바로 김혜성을 콜업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자마자 자신의 세상인 것처럼 펄펄 날았다. 21경기에서 타율 0.422(45타수 19안타), 2홈런, 7타점, OPS 1.058을 기록하며 막강한 뎁스를 자랑하는 다저스에서 한 달 가까이 빅리그 생존에 성공했다. 미국 언론은 이제 김혜성이 다저스 전력의 상수가 됐다고 바라보고 있고, 로버츠 감독 역시 김혜성의 활약을 늘 칭찬한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게는 젊은 열정과 기쁨, 그런 것이 존재한다. 김혜성은 그라운드에 나가는 것만으로 행복해하고, 팀을 돕는 것에 행복해하며 우리 선수들은 김혜성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받고 있다"고 김혜성의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며 극찬했다.
그러나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하는 고집은 꺾지 않았다. 김혜성이 1일 홈런을 때린 상대는 좌완 브렌트 헤드릭이었다. 올 시즌 김혜성이 유일하게 상대한 좌완 투수였다. 김혜성이 전날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지 않았다면 우타 대타를 기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매체 '스포팅뉴스'는 '김혜성은 힘든 상황에 놓여 있고, 다저스도 마찬가지다. 다저스는 중견수와 다른 포지션까지 뛸 수 있는 여러 선수들(김혜성, 에드먼, 앤디 파헤스)을 골고루 기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좌타자인 김혜성은 마이클 콘포토의 출전 시간을 줄여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로버츠는 장님이 아니고, 그래서 김혜성이 지금까지 모든 테스트를 완벽하게 통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날 김혜성이 좌투수에게 홈런을 뺏은 이후에는 김혜성을 순수하게 플래툰으로만 기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결국 로버츠 감독이 더는 플래툰 시스템을 고집하기 머쓱할 정도로 김혜성이 더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스포팅뉴스는 '김혜성이 괴물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바로 다음 날 이런 결정은 약간 실망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김혜성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고, 앞으로 이와 같은 큰 활약을 조금 더 보여준다면 정규 출전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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