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죠. (이)의리도, (조)형우도 축하해줬습니다."
2025년 5월 31일.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태경(23)에겐 잊을 수 없는 날짜다.
2번의 드래프트 미지명, 그 좌절을 이겨내고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문했다. 그리고 2군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등록 선수가 됐고, 마침내 1군에 등록된 날이다.
그는 김해 상동의 2군 연습장에서 숙식한다. 아침에 일어나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께 인사를 드린 뒤 사직구장으로 첫 출근하는 발걸음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태경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친구 손성빈의 다정한 격려에도 좀처럼 굳은 얼굴을 풀지 못했다.
"전날 저녁에 1군 간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괜찮았는데…오늘 아침부터 긴장이 확 올라왔어요."
광주일고-한일장신대 출신의 이태경은 고교 시절 KIA 타이거즈 이의리, SSG 랜더스 조형우 등 이미 프로에서 자리잡은 기라성 같은 친구들과 함께 뛰었다. 이태경은 "당시 저희 팀 멤버가 진짜 막강했는데, 고비 때마다 강릉고(김진욱)에 막혔어요"라고 돌아봤다.
"고등학교 때는 야구 잘 못해서 프로 지명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도 이름이 불리지 않으니까 많이 속상했죠. 다행히 롯데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이의리나 조형우 외에도 롯데 입단 후 이호준, 손성빈과도 절친한 사이가 됐다. 손성빈은 '이태경은 어떤 선수냐'라는 물음에 "완전 악바리"라고 답했다.
전날부터 축하 전화가 쏟아졌다. 이태경은 "2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으면서 잘하면 1군 기회가 오겠다 싶었는데, 지금이 딱 그때인 것 같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셨어요. 아버지가 '축하한다'는 말만 몇번을 되뇌이시던지…지금도 가슴이 벅차네요. 의리랑 형우가 '진짜 축하한다'면서 '죽기살기로 해봐라'라고 하더라고요. 마음에 깊이 새겼습니다."
대학 시절엔 유격수였지만, 시범경기와 퓨처스를 거치며 2루, 3루, 1루까지 모두 연습하고 있다. 바늘끝만한 기회라도 생기면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민첩한 몸놀림과 날카로운 컨택,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는 점이 호평이다. 2군에서 타율 3할4푼7리 1홈런 2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8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인정받았다. 올해 멀티히트를 친 경기가 11경기나 된다.
프로에 온 이상 드래프트냐 육성선수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같은 출발선에 선 동료이자 경쟁자다. 이태경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육성선수로 시작했고, 5월에 정식 선수가 됐고, 또 이렇게 1군에 올라왔습니다. 제 야구인생은 아직까진 '시작'의 연속이에요. 아마 주변 사람들 누구도 제가 여기까지 올 거란 생각을 못했을 거에요. 1군에서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어떤 선수인지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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