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일단 직구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더이상의 '인사' 루틴은 없다. 알렉 감보아가 8년 만의 가을야구를 꿈꾸는 롯데 자이언츠의 선봉장으로 떠올랐다.
감보아는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 최고 155㎞ 직구를 앞세워 7이닝 2안타 1볼넷 무실점 쾌투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탈삼진 6개는 덤.
최고 155㎞, 평균 151㎞ 직구(59개)를 중심으로 슬라이더(21개) 커브(12개) 체인지업(7개)을 섞어 던졌다. 스트라이크-볼 비율(67-32)도 훌륭했다.
지난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불거진 세트포지션시 허리를 깊게 숙이던 루틴은 사라졌다. 오른손 타자 상대로 약한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만큼은 김태형 롯데 감독이 꿈꿨던 외국인 1선발의 모습 그 자체였다. 4시즌째 함께 하다 롯데를 떠난 찰리 반즈를 잊기에 충분한 활약상이었다.
감보아의 직구는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분당 회전수(RPM)가 최고 2556회에 달했고, 상하 무브먼트도 무려 59.3㎝였다. 직구의 세부 수치만 보면 메이저리그 톱클래스에도 뒤지지 않는다.
2m 높이에서 내리꽂는 특유의 투구폼이 그 위력을 더했다. 7회초 마지막 타자 오선진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바깥쪽 보더라인에 꽂은 155㎞ 직구는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감보아는 메이저리그 유망주들이 가득한 다저스 마이너팀에서도 7년을 뛴 투수다. 소속팀이 다저스가 아니었다면 이미 빅리그 맛을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보아 스스로는 "처음 입단할 때 직구 구속은 89~91마일(약 143~146㎞) 정도였다. 95마일(약 153㎞) 이상의 직구를 던지게 된 건 다저스 육성시스템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날 특히 눈에 띄는 점은 3회(커브, 슬라이더 각 3개)를 제외한 매 이닝 3가지 종류의 변화구를 모두 던졌다는 것. 슬라이더의 경우 직구만큼이나 빠른 구속(최고 146㎞, 평균 140㎞)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유강남을 만났다. 이날 경기중 쇄골 부근에 강한 파울볼을 맞아 괴로워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다행히 특별한 부상은 없었다. 8회 안타 후 대주자 손성빈과 교체되기 전까지 마스크를 썼다.
안방마님의 생각은 어떨까. 유강남은 "일단 직구가 너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직구가 워낙 좋다보니 볼배합은 최대한 공격적으로 가져갔다. 경기 중간에 조금 이야기를 나눴는데, 직구가 워낙 빠르니까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던지되 커브를 하나씩 섞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덕분에 초반(2회) 이후로는 경기 운영이 더 잘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키움이 친 2개의 안타는 모두 슬라이더를 공략한 결과였다. 유강남은 "(슬라이더도 워낙 빠르기 때문에)직구를 노리다가도 약간 늦으면 (슬라이더도)타이밍이 맞는 것 같다"면서 커브를 활용한 완급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커브를 이날 호투의 포인트로 꼽은 이유가 있다. 이날 감보아의 커브 평균 구속은 128㎞에 불과했다. 99개의 투구 중 가장 느린 공은 5회 던진 125㎞ 커브였다. 직구 최고 구속과는 무려 30㎞ 차이가 난다. 키움 타자들을 당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유강남은 "7회에도 첫 타자(김건희) 상대로는 조금 흔들렸는데, 그 뒷 타자들 상대로는 오히려 안정이 되면서 더 잘 던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최근 12년 동안 가을야구에 딱 1번(2017년)밖에 오르지 못했다. 감보아 역시 이 같은 롯데의 성적을 잘 알고 있다. 감보아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롯데의 '압도적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이 좋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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