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야구장 따라다니셨거든요. 2군에서 경기할 때도 오셨으니까. 이제는 1군 야구장에만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완 성영탁(21)은 올해 KIA 타이거즈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입단 2년차인 올 시즌 1군에 데뷔해 8경기에서 10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운이 아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수)가 0.80에 불과하고, 피안타율도 0.143로 매우 낮다. 20일 넘게 1군에 있으면서 평균자책점 0.00을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영탁은 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연장 10회 7대6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발투수 양현종이 2⅓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져 일찍 강판한 가운데 2번째 투수로 성영탁이 나섰다. 성영탁은 2⅔이닝 35구 2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성영탁이 팽팽한 흐름을 유지해 줬기에 리그 최고 에이스 코디 폰세를 앞세운 한화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성영탁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고교 시절 직구 구속이 130㎞ 후반대에 불과해 상위 지명은 어려웠다. 그래도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교한 제구력. 구단은 애초에 몸을 먼저 만들게 한 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게 하려 했다.
KIA 스카우트 관계자는 성영탁을 지명했을 당시 "2년 동안 125이닝을 던졌다. 고등학교에서 에이스 임무를 했다. 부상이 우려가 돼서 파트에 요청해서 볼을 던지는 것보다는 체력적으로 몸을 만들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비시즌에도 트레이닝 위주로 훈련했다. 제구와 커맨드가 좋아서 경기 운영 능력이 좋다. 구속만 향상되면 선발투수로 딱 좋다"고 호평했다.
2군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면서 성영탁은 직구 구속을 최고 147㎞까지 끌어올렸다. 1년 사이 생긴 엄청난 변화였다. 덕분에 올해 1군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성적으로 1군에서도 통하는 투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8일 경기는 투심패스트볼(12개)과 커터(16개) 등 변형 패스트볼을 적극 활용하면서 커브(7개)를 섞었다. 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 평균 구속은 142㎞였다.
성영탁은 "2군 코칭스태프분들과 전력분석팀에서 나를 위한 프로그램을 굉장히 잘 만들어 주셨다. 준비를 잘해서 5월에 정식 등록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구속이 올라온 것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 그때부터 조금씩 체감했다. 비시즌에 연습을 안 쉬고 계속할 때도 계속 올랐고, 그게 유지되고 있다. 던질 때 손에서 공이 떠나면 포수 미트에 들어갈 때 확실히 힘이 있어진 게 느껴진다. 몸을 쓰는 것도 엄청 부드러워졌다. 이제는 몸을 써서 던지는 느낌이다. 작년에는 너무 팔로만 던졌다. 이제는 던지는 방법을 좀 알고 던지는 느낌이다. 깨닫는 데 1년 정도 걸렸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마운드에서는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누른다. 타자와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투구를 다 마치면 그때 구속을 확인한다. 이런 느낌일 때 이 정도 구속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한다. 목표 구속은 148㎞다.
성영탁은 "시속 1㎞만 더 빨라졌으면 좋겠고, 평균 구속이 조금 올라갔으면 좋겠다. 147㎞ 던지고 다음 경기에 145㎞가 나오더라. 최고 구속보다는 평균 구속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2군은 경기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이 있어서 관리하기 쉬웠는데, 1군은 매일 경기가 있어 체력과 몸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너무도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매일 운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프로 첫 시즌을 2군에서 온전히 보낸 게 성영탁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성영탁은 "아마추어 때랑은 달랐다. 볼카운트가 몰리면 여지없이 맞더라. 스트라이크를 넣으려고 살살 던지거나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변화구를 던지면 안 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도 느꼈다. 확실히 그래도 제구가 1번이라는 것을 작년에 던지면서 많이 느꼈다. 이제는 볼카운트가 몰려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실한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1군 마운드에서 경험이 쌓일수록 성영탁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르니 이범호 KIA 감독은 갈수록 중요한 상황에 성영탁을 올리고 있다.
성영탁은 "작년에는 직구를 던지다가 올해는 투심패스트볼을 같이 섞어서 던지고 있다. 확실히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 움직임이 좋아야 하는 것 같다. 타자는 치는 역할이니까. 배트에 공을 얼마나 약하게 맞히게 하느냐 이 싸움인 것 같다. 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의 움직임을 많이 생각한다. 그래야 타자들도 순간적으로 컨트롤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좋은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1군에서 꾸준히 통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노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영탁의 부모는 한화와 이번 시리즈를 직관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아들이 아직은 확실한 보직이 없어 등판 여부를 알기 어려운데도 거의 매 경기를 직관한다. 홈이든 원정이든 어디든 간다. 상대적으로 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2군 경기장도 매번 아들을 보기 위해 찾았다.
성영탁은 "거의 모든 구장에 갈 때마다 부모님이 오시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는 것을 지켜봐 주셨고, 2군에서 경기할 때도 오셨다. 그래도 1군 경기장이랑은 느낌이 많이 다르실 것이다. 내가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만 봐도 엄청 좋아하실 것이다. 야구장에 부모님이 오셨을 때는 내가 던지든 안 던지든 긴장 안 하고 그냥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다고 전달하고 싶다. 고등학교 때부터 야구장에 계속 찾아와 주셨는데, 이제는 1군 야구장에만 오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KIA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도 감사를 표했다.
성영탁은 "10라운드 지명이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서 그 기회만 보고 계속 묵묵히 했던 것 같다. 팬분들께서 좋게 봐 주시니 더 잘하고 싶다. 내가 이닝을 끝내고 마운드에서 걸어서 내려오는데 내 이름을 불러주시니까 정말 좋았다. 확실히 팬분들이 엄청 많은 것 같아서 정말 좋다. 힘이 엄청 많이 된다. 나는 그런 분위기여야 아드레날린이 더 나오고 좋은 것 같다. 이제는 팬분들의 함성이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 이제는 (1군에) 적응을 다 해서 조용하면 내 퍼포먼스가 잘 안 나올 것 같다"며 "팀이 이기고 있을 때 올라와서 '이 투수가 올라오면 점수를 안 주겠구나' 이런 이미지를 가진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