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그동안 누군가에게 끌려서 갔다면 이제는 깨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김희진(34·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배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6일 "미들 블로커 포지션 공백을 메우기 위해 IBK기업은행 베테랑 선수 김희진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희지는 기업은행 창단 멤버다. 2011년 신생팀 우선 지명으로 기업은행에 지명됐고, 지난 시즌까지 '원클럽 스타'로 활약했다. 기업은행의 세 차례 우승(2012~2013, 2014~2015, 2016~2017시즌)을 이끌었고, 국가대표 경험도 화려하다.
최고의 스타로 활약했지만, 지난 2시즌 동안 부상으로 웜업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은퇴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현역 의지가 강했고, 결국 정든 팀과 이별하게 됐다.
9일 용인 현대건설 배구단 체육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김희진은 "팀을 처음 옮겨봤다. 환경적으로 변화가 필요했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하고 있고, 초심으로 돌아가 잊고 있던 게 무엇인지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도약을 노리는 만큼, 독하게 훈련하고 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김)희진이가 전성기 때 몸을 만들겠다고 가혹하게 해달라고 하더라. 의지가 꺾일만 하면 푸시해달라고 해서 '땡큐'라고 했다. 그만큼 의지가 남다른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희진은 "좋았을 때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 아직 많이 멀었지만 순조롭게 가고 있다"라며 "조금 힘들다. 여기 와서 감독님과 이야기했을 때 혹시 힘들어서 잠깐 나태해지는 모습이 보이면 한 마디 해달라고 했다. 감독님께서 그런 자세면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 말을 내뱉은 만큼 스스로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10년 넘게 뛰었던 팀을 떠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김희진은 "나보다는 기업은행이 더 쉽지 않았을 거다. 창단 멤버라는 타이틀을 건 선수가 없어지는 거라 타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팀을 옮기기까지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다. 계속 김호철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께서 '너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라는 말을 하시기도 했는데 일단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솔직히 기업은행에서 코치 제안도 하고 은퇴 수순을 밟고 있는 과정이었다. 아직 아쉬움이 남고, 1년 만이라도 코트에서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트레이드를 선택했다. 그동안 누군가에게 끌려서 갔다면 이제는 깨고 나가고 싶어서 이런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진은 기업은행에서 4번을 달고 뛰었다. 공교롭게도 현대건설에서 '4번'을 달고 뛰었던 황연주가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지만, 김희진은 15번을 달고 새 출발을 한다. 김희진은 "남는 번호에서 하고 싶었고, 15번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강 감독은 김희진이 FA로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이다현의 공백을 채워주길 바라고 있다. 강 감독은 "우리 팀에 미들블로커가 많이 있는 게 아니다. (양)효진이가 있고, 강서우가 있는데 서우는 아직 프로 온 지 1년 밖에 안 지났다.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김희진이 비록 전성기는 아니지만, 본인 각오도 있어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면 노련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희진도 다가올 시즌에 대한 활약을 자신했다. 그는 "이제 통증은 없고, 실전 대비 훈련이 필요했다"라며 "내 역할이 뭔지 알 거 같다. 팀 연령대가 많이 어려져서 후배에게 많이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김희진은 이어 "그동안 코트 뒤에서 배구를 볼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지난 두 시즌이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은행에서도 코치직을 제안한 거 같다. 두 시즌 동안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면, 이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달려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용인=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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