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현실이 어떻게 되는지,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좀 봐봐."
지난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키움은 5월 31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에서 1대0으로 이기면서 눈물의 10연패를 끊어냈다. 다음날도 1대0으로 승리해 2연승을 달렸지만, 부산 원정 첫날인 3일 경기에서 0대8로 참패하며 다시 무기력한 1패를 추가했다.
김윤하가 선발 등판한 4일 롯데전. 초반 2실점 후 4회초 어렵게 3점을 내며 역전했지만, 5회말 다시 동점을 허용했다. 어려운 경기가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도 패하면 다시 2연패. 어렵게 끊은 연패의 사슬에 다시 휘감길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있었다.
그때 키움의 최고참 선수이자 플레잉 코치인 이용규가 5회말 종료 후 더그아웃에서 야수진을 소집했다. 주장 송성문부터 막내 고졸 신인들까지. 최주환이나 오선진, 김동엽 등 베테랑들도 예외 없이 '용규형' 앞에 모였다.
이 미팅은 키움 구단의 자체 SNS 영상을 통해 짧게 공개됐다. 이용규는 키움의 야수들에게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지금 롯데한테 몇연패 중이냐. 팀이 어떻게 되는지, 현실이 어떻게 되는지,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좀 보라"고 강하게 이야기 한 이용규는 "안타 잘쳐? 그럼(아니면) 맞고라도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로 처져있는 팀. 무기력한 패배의 나날들, 자신감이 떨어진 선수들. 타석에서 어떻게서든 살아나가서 작은 것부터 바꿔보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냉철한 지적이었다. 선수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용규 플레잉코치의 조언을 묵묵히 듣고있었다.
키움에서 선수 인생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이용규는 때로는 무서운 선배, 조언을 아끼지 않는 형으로 리더 역할을 하는 멘털 코치 역할도 맡고있다. 자주는 아니어도, 선수단에 쓴소리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싶으면 주저 없이 냉정하게 현실을 짚는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미팅 소집 후 6회초 다시 3점을 내며 역전한 키움은 이날 9대6으로 이겼고, 이날을 기점으로 4연승을 질주했다. 그리고 10일까지 6월 월간 성적 5승1무2패로 승률 0.714. 전체 1위를 달렸다.
물론 여전히 팀 순위는 꼴찌지만, 지난달까지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은 아니다. 1위 LG 트윈스를 상대로도 '위닝시리즈'를 거두는 등 키움 특유의 무서운 뒷심을 되찾았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던 후배 선수들의 독기를 깨운 대선배의 냉철한 쓴소리. 본인 스스로가 매 타석 단 한번도 무력하게 물러선 적이 없었던 선수이기에 후배들의 경각심을 깨울 수 있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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