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한국에서 단 한 시즌을 뛰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크리스 플렉센(시카고 컵스). 미국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한 뒤 부진의 늪에 빠졌다가 불펜으로 새출발하면서 부활을 알리고 있다.
플렉센은 지난달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이후 10경기에서 3승, 1세이브, 17⅓이닝,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구단 역사를 쓰는 행보다. 미국 매체 '노스사이드베이스볼'에 따르면 1975년 이래 컵스에서 구원투수로 커리어를 시작해 가장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틴 투수가 바로 플렉센이다. 2017년 웨이드 데이비스가 17⅓이닝 무실점으로 구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플렉센이 1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1이닝 무실점 투구를 더해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꼬이고 있었던 플렉센으로선 다행스러운 행보다. 뉴욕 메츠 강속구 유망주 출신인 플렉센은 2020년 두산 베어스와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계약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메츠는 시속 154㎞에 이르는 빠른 공이 강점이나 제구력이 나쁜 플렉센에게 계속 기회를 줄 수 없었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좌절한 플렉센은 한국에서 재기를 노렸다.
한국행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플렉센은 2020년 시즌 21경기에서 8승4패, 116⅔이닝,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왼발 골절로 2개월 공백이 있었던 정규시즌의 아쉬움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털어냈다. 5경기(4경기 선발)에 등판해 2승1패, 1세이브, 28⅓이닝, 평균자책점 1.91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덕분에 플렉센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475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KBO 역수출 신화를 썼다. 2021년과 2022년 시즌 통틀어 300이닝을 넘기면서 옵션을 충족해 2023년 연봉 800만 달러 계약까지 실행시키며 성공기를 계속 썼다. 3년 동안 1275만 달러(약 173억원)를 벌었다.
그러나 플렉센은 2021년 빅리그 복귀 첫 시즌에 31경기, 14승6패, 179⅔이닝, 평균자책점 3.61으로 맹활약한 이후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3년에는 17경기에서 4패, 42이닝, 평균자책점 7.71에 그쳐 결국 시애틀에서 방출됐고, 콜로라도 로키스로 이적해 등판한 12경기에서는 2승4패, 60⅓이닝, 평균자책점 6.27에 머물렀다.
지난해도 플렉센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33경기에서 3승15패, 160이닝, 평균자책점 4.95로 부진했다. 16패나 떠안은 커터 크로포드(보스턴 레드삭스) 덕분에 시즌 최다패 투수 불명예는 간신히 피했다.
올해 컵스로 다시 팀을 옮긴 플렉센은 불펜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할 발판을 마련했다. 짧은 이닝에 집중하니 직구 구속이 지난해 91.3마일(약 시속 147㎞)에서 올해 92마일(약 148㎞)로 오르는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직구와 함께 커터, 커브, 슬러브를 주로 활용하면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플렉센은 불펜으로 재기하면서 KBO 역수출 신화를 계속 쓸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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