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손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림이 나타나면 피로나 일시적인 혈액순환 장애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말초신경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뇌와 척수 바깥에 있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말초신경병이라고 하는데, 이 말초신경들은 몸 전체의 감각기능, 운동기능, 자율신경기능을 관장하는 역할을 한다.
말초신경병 진단은 신경전도검사(NCS)와 근전도검사(EMG)를 활용한다. 신경전도검사는 말초신경의 경로를 따라 피부에 전기 자극을 가해 말초신경의 전도 속도와 전위 크기를 측정하는 검사이며, 손상된 신경의 위치와 손상 정도를 파악 가능하다. 근전도검사는 바늘 전극을 근육에 삽입해 근육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검사다. 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의 상태를 확인하고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근육 변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말초신경병 증상이 맞더라도 급성기에 위 검사들을 시행했을 경우 결과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신경 손상 직후에는 신경생리학적 변화가 검사로 감지될 만큼 뚜렷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손상의 종류와 질환의 진행속도, 검사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외상으로 신경이 손상된 경우, 손상 후 최소 5일 이상(감각신경의 경우 7일 이상)이 경과해야 신경전도 속도의 이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손상 직후 1~3일 내에는 전도 결과가 정상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임상적으로 신경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말초신경초음파나 MRI 등 영상학적 검사를 추가로 시행해서 손상 위치와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소섬유신경이나 자율신경만 문제가 있는 말초신경질환인 경우도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신경전도검사는 수초(myelin)라는 막으로 싸여 있는 신경섬유의 기능을 주로 측정하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섬유근육통, 류마티스질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3개월 이상 오래 지속되는 경우 신경통 양상의 저림이 동반되지만 말초신경 자체의 병리소견은 없어서, 검사를 시행해도 정상이 나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말초신경 손상 후 2~3주 이후가 신경전도검사에서 병변의 전형적 변화가 뚜렷하며, 근전도검사에서도 자발전위가 관찰되기 때문에 진단적 가치가 높은 검사 시점이다.
그러나 말초신경병 치료의 핵심은 원인을 찾아내어 증상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적절히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진료 시에는 진단을 위해 검사 시기를 인위적으로 늦춰서 신경손상이 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검사를 우선 시행하고 검사 시기와 질환의 발생시점 및 임상증상에 비춰 종합적으로 해석한 뒤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세란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손성연 과장은 "급성기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말초신경병이 배제되지 않으며, 임상적으로 말초신경의 손상 가능성이 높은 경우 2~3주 이후에 재검사가 필요하다"며 "말초신경병은 임상 증상과 진행속도, 당뇨병 등 기저질환, 발병한 시기로부터의 검사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사결과를 해석하고 진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성연 과장은 "말초신경병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치료방향을 결정하고 예후 판단 목적으로 추적검사를 시행해보는 것이 권고된다"며 "말초신경병은 흔한 질환이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기 때문에, 증상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질환이 진행되거나 퍼지지 않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장기적인 치료방향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