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차지명 선수를 주고 10라운드 선수를 데려오더니...
이게 바로 '트레이드의 맛'인가.
KT 위즈에 '복덩이'가 찾아온 느낌이다. 이정훈이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써내릴 조짐이다.
이정훈은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1회 삼성 선발 최원태를 상대로 선제 투런포를 때려냈다. 이 홈런이 결승 홈런이 됐다. KT는 16대4 대승을 거뒀다.
이 홈런 뿐이 아니다. 14일 삼성전에서도 3회 김상수의 투런포가 터진 직후 이어진 찬스에서, 삼성 에이스 후라도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렸다. 이 경기도 KT의 10대3 대승. 자신의 시즌 1, 2호 홈런이 아주 중요할 때 터져나왔다.
이 홈런들 뿐 아니다. KT 합류 후 불방망이다. 3일 한화 이글스와의 KT 데뷔전 안타를 시작으로 11경기 타율 3할4푼4리 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5일 삼성전 3안타 포함, 멀티히트 경기를 4번이나 했다.
박세진과의 1대1 트레이드. 사실 '체급'으로 따지면 맞지 않는 트레이드였다. 박세진은 KT가 2016년 1차지명으로 뽑은 좌완 유망주였다. 당시만 해도 고교 최고 수준 투수로 통했다.
반대로 이정훈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2017년 신인드래프트 마지막 10라운드 전체 94번으로 KIA 타이거즈 지명을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 포수였는데, 그 귀한 포수가 왜 10라운드였느냐. 수비는 사실상 프로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의미였다. 단, 방망이는 일품이었다. 힘, 컨택트 능력을 고루 갖춘 중장거리 타자. KIA가 10라운드 '로또'를 기대하고 뽑은 이유였다.
하지만 2021년 41경기를 뛴 것 외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좌익수, 1루수로도 출전했지만 수비가 늘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고 방망이 하나로 승부를 보기에도, 화끈하게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결국 방출.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이정훈을 품었고, 롯데에서는 대타 자원으로 어느정도 기회도 얻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올해 야구 인생 전환점을 맞이했다. KT는 개막부터 방망이 부진으로 애가 탔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백호와 황재균까지 큰 부상으로 빠지는 치명상을 입었다. 믿었던 로하스는 부진에서 탈출할 기미가 안 보인다. 도저히 방망이 싸움에서 답이 안나오자, 오로지 타격에만 집중해 데려올 수 있는 선수를 물색했고 레이더망에 이정훈이 걸렸다. KT가 롯데에 먼저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10라운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1차지명 카드를 쓰기로 했다.
그런데 대박의 기운이다.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지만, 오자마자 KT 4번 자리를 꿰찼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이틀 연속 귀중한 홈런포까지 터뜨렸다. 그야말로 '인생 역전'. KT는 안현민이 엄청난 괴력으로 중심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이정훈까지 활약해준다면 강백호와 황재균이 돌아오기 전까지 나름 탄탄한 전력으로 버텨낼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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