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원래 눈이 안좋았었습니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18일 부산 사직구장. 한화 베테랑 안치홍에게서 평소와 다른 모습이 발견됐다. 안경을 쓰고 있었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안치홍이 안경을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선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안경 덕이었을까. 안치홍은 3회초 팀에 승기를 가져다주는 결정적인 결승 선제 스리런 홈런을 때려냈다. 올시즌 극심한 부진의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홈런. 시즌 마수걸이포였다. 안치홍의 홈런 덕에 한화는 6대0으로 승리하고 5연승을 질주,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경기 후 단연 화제는 안치홍의 안경이었다. 안경을 쓰고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십수년이 넘게 쓰지 않던 안경을 갑자기 썼으니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치홍은 "원래 눈이 안좋았다. 그래서 경기 끝나고 일상 생활을 할 때는 안경을 착용했었다"고 했다. 얼마나 안좋았던 걸까. 안치홍은 "시력은 0.6 정도다. 그런데 난시와 원시가 다 있는게 문제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지금까지 어떻게 야구를 한 걸까. 안치홍은 "어렸을 때부터 계속 해왔던게 야구니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내가 아주 정확하게 공을 보고 타격을 한다는 것보다는, 훈련을 했던 감각으로 방망이를 치는게 더 컸기 때문에 충분했다. 20대 후반에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기도 했었는데 시합 중간에 빠지고 하더라. 그래서 그것도 포기했었다"고 설명했다. 신기한 건 좋지 않은 시력에도 3할 이상의 고타율을 여러 시즌 기록하며 최고의 2루수로 인정받았다는 것.
그런데 왜 일찍부터 안경을 쓸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안치홍은 "시야 문제도 있고, 나는 내야수라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내야에서 땅볼을 처리하고 격한 동작을 취하면 안경이 흔들릴 것이고, 또 땅볼 타구가 잘못 튀어 안경을 때리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걱정도 했다. 이제는 쓰기로 했으니, 1루를 나가든 2루를 나가든 쓰고 나가려고 한다. 안경보다 안전한 스포츠 고글도 있는데, 내 눈에 맞는 고글 제작도 힘들다고 해 안경밖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안경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안치홍은 "어제(16일)가 쉬는 날이라 안과 검진을 받았다. 점점 더 안좋아질 거고, 이 상태로 계속 가면 공을 보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도 안좋아질수록 불안해지더라. 그래서 안경을 쓰기로 했는데, 한 경기를 해보니 걱정했던 것보다 할 만 했다. 그래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계속 써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치홍은 올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을 뚫고 지난 주말 LG 트윈스와의 중요한 2경기에서 연속 멀티히트를 치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안경을 쓴 뒤 홈런까지 쳤다. 안치홍은 "완전히 감을 잡았다 이런 표현보다는, 앞으로 기대되는 타격을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하며 "나에 대한 기대치를 알고 있다. 내가 어느정도 해줘야 팀 경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데, 내가 너무 길게 역할을 하지 못했다. 몇 경기 잘 맞았다고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매 경기 준비를 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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