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예전엔' 강민호 선배님이었는데..."
'롯린이'가 대형 사고를 쳤다. 꿈에 그리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에서 첫 선발로 뛰는 경기에서 결승 스리런 홈런을 때려버렸다.
롯데 신인 포수 박재엽이 만원 관중 앞에서 화끈한 신고식을 했다. 박재엽은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마스크를 썼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4라운드에 뽑힌 신인으로, 1군 2경기에 잠깐 출전한게 전부였는데 중요한 경기 중책을 맡았다.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
박재엽은 0-0으로 맞서던 2회말 2사 1, 2루 찬스서 한화 선발 엄상백을 상대로 선제 스리런포를 때려냈다. 롯데의 6대3 승리. 이게 결승 홈런이 됐다. 또 박재엽은 9회 마지막 순간까지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대선배 김원중의 통산 150세이브 순간을 함께 만끽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박재엽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 받고, 던지고 하는 포수로서의 자질은 팀 내 최고"라고 설명했다. 경험 부족을 걱정했는데, 이날 야구를 하는 걸 보니 김 감독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경기 후 인터뷰도 씩씩했다. 박재엽은 "선발로 나가는 건, 경기장에 나와 타순 불러주실 때 알았다. 내 이름을 듣자마자 긴장하기 시작했는데, 최대한 긴장하지 않으려 애쓴 것 같다. 아버지께서 큰 아버지와 오셔서 '긴장은 내가 할테니 긴장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신게 큰 도움이 됐다. 타석에서도 아버지가 보여 긴장을 덜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짜릿한 홈런 순간. 박재엽은 "정철원 선배님이 경기 전 '내가 투수면 너같은 신인 선수에게 직구 안준다'고 조언을 해주셔서 변화구만 노리고 있었다. 슬라이더를 노렸는데, 체인지업이 앞에서 걸렸다. 맞는 순간 중심에 너무 잘맞아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홈런이 된 순간 '뛰면서 넘어지지 말자' 생각만 했다. 흥분이 주체가 되지 않아 너무 빨리 뛴 것 같다"며 웃었다. 생애 첫 홈런공도 받았다. 롯데팬이 흔쾌히 돌려줬다. 박재엽 사인공 하나만 선물로 받으면 된다고 했단다.
박재엽은 "내가 '롯린이' 출신이다. 작년까지 야구 보러 정말 많이 왔다. 프로 선배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너무 멋있고 부러웠다. 그걸 내가 해내니,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이어 "한 경기 전체를 포수로 뛰어보니 너무 재밌었다"고 당찬 모습도 보여줬다.
롯데 선배들은 첫 홈런을 친 막내를 위해 경기 후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는 세리머니도 잊지 않았다. 이 또한 선수들이 꼭 경험해보고 싶은 순간. 박재엽은 "물이 너무 차가웠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그렇게 롯데 야구를 좋아하는 포수 유망주면, 당연히 롤모델이 강민호(삼성)이지 않았을까. 박재엽은 "사실 강민호 선배님이었는데, 이제 삼성으로 가셔서"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롤모델보다, 앞으로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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