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라이온즈파크의 시그니처가 된 사자깃발을 중간에 내려놓다니...박병호가 만루포를 쏘아 올리고도 강민호의 꾸지람을 들었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는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연타석 홈런을 친 후에도 박병호는 또 깃발을 들다 말았다.
삼성의 베테랑 거포 박병호가 모처럼 홈런포를 펑펑 터트렸다. 만루포와 투런포의 연타석 홈런으로 무려 6타점을 쓸어 담았다.
박병호는 1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잭로그를 상대로 1회말 2사 만루에서 우측 펜스를 넘기는 만루홈런을 쳤다. 시즌 11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열 한 번째 그랜드슬램이다.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역대 개인 통산 만루홈런 순위에서 공동 5위로 뛰어 올랐다.
박병호는 팀이 5-4로 앞선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잭로그의 141km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 당겨 좌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개인 통산 27번째 연타석 홈런을 작성한 박병호의 개인 통산 홈런도 415개로 늘어났다.
이 경기 전까지 박병호는 10경기 타율이 5푼3리에 머물러 있었다. 19타수 1안타의 극심한 부진. 6월 10일 광주 KIA전에서 기록한 솔로포가 유일한 안타였다.
부진했던 그간의 성적이 미안해서였을까. 평소에도 홈런을 친 후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그라운드를 묵묵히 돌던 박병호는 이날 유독 더 차분하게 홈런 세리머니를 했다.
삼성 선수들이 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을 칠 때마다 사자가 그려진 대형 깃발이 더그아웃 앞에서부터 익사이팅존 관중석까지 펄럭인다. 홈런 타자들의 올시즌 세리머니다.
박병호도 깃발을 펄럭이며 선수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런데 관중석에 인형을 던져주러 가기 전 박병호가 깃발을 내려놨다. 박병호의 성격 상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듯했다.
팬들에게 홈런 인형을 선물하고 돌아온 박병호를 향해 강민호가 "왜 깃발을 내려놨냐"며 엄하게 꾸짖었다. 참고로 두 사람은 한 살 차이. 1년 선배가 세상에서 제일 까다롭다.
주장 구자욱과 뜨겁게 포옹하는 순간에도 강민호가 든 깃발이 박병호를 때리고 또 때렸다.
그 덕분에 더 멋진 그림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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