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 쉽게 안 바뀐다.
한번 '백업'으로 여겼던 선수를 하루 아침에 주전으로 올리긴 쉽지 않다.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의 마음 속에서 김혜성은 '백업'일 뿐이다. 좀처럼 선발 찬스를 허락하지 않는다. 상대가 우완 선발을 냈지만, 이번에도 벤치에 대기시켰다.
김혜성이 또 상대 선발이 오른손 투수임에도 선발에서 빠졌다. 다저스는 25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원정경기를 치른다. 원정 3연전의 첫 판이다. 위닝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한 로버츠 감독은 '변화' 대신 '안정감'을 택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자주 사용하는 베스트9 라인업이다. 당연히 김혜성의 이름은 들어가지 않는다.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 뒤로 무키 베츠(유격수)-프레디 프리먼(1루수)까지 동일하다. 가장 변화가 많은 4번 타자로는 윌 스미스(포수)가 나왔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가 5번을 맡았다. 그 뒤로 맥스 먼시(3루수)-앤디 파헤스(중견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토미 에드먼(2루수) 순이다. 선발투수는 잭 드라이어(2승 2패 평균자책점 3.18)다.
이날 콜로라도 선발은 헤르만 마르케스다. 오른손 투수로 올 시즌 15경기에 나와 73⅔이닝을 던져 3승8패, 평균자책점 6.11을 기록 중이다.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로버츠 감독이 '굳이' 김혜성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고 이해해볼 수도 있다.
라인업에 들어간 콘포토는 현재 타율 0.165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에드먼 또한 부상 등이 겹치며 타율이 0.248로 썩 좋지 않다. 이들보다는 김혜성의 타격감이 훨등히 좋은 게 사실이다. 김혜성은 지난 5월 4일 메이저리그 승격 이후 34경기에 나와 타율 0.372에 2홈런 12타점 6도루, OPS 0.948로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김혜성이 콘포토나 에드먼 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받아야 할 듯 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콘포토나 에드먼은 김혜성보다 훨씬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연봉도 김혜성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이러한 '체계'가 선발 라인업 구성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게다가 상대 선발투수가 그렇게 강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타격감이 떨어지는 콘포토나 에드먼을 선발 라인업에 넣는 게 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비록 현재 타율이 낮다고 해도, 콘포토나 에드먼이 얼마든지 콜로라도 선발 마르케스를 공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3일 워싱턴과의 경기 이후 "김혜성이 (우리의)노히트를 깨는 안타를 쳐줘 정말 고마웠다"면서 "김혜성을 4~6일씩 벤치에 앉혀두면 좋은 타격을 기대할 수 없다. 꾸준히 더 지켜볼 기회를 얻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김혜성을 주전으로 기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백업으로서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것일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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