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상승세를 타는 팀을 보며 힘을 냈다."
'천재타자' 나승엽이 돌아왔다. 휴식일인 23일 투수 구승민을 말소한 롯데 자이언츠는 24일 나승엽을 1군에 등록했다.
지난 2일 말소 이후 22일 만이다. 예정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4월까지 홈런 7개를 몰아치며 최고의 시즌을 예고했지만, 5월 월간 타율이 2할 아래로 추락하며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창원NC파크에서 만난 나승엽은 "정말 힘들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야구가 한번 안되기 시작하니 계속 안 되더라. 답을 못 찾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신생아가 된 기분이었다."
타격감 회복차 2군에 내려갔다가 뜻하지 않게 훈련 중 타구에 맞아 눈 부상까지 당했다. 눈 부상과 거듭된 우천 취소로 이래저래 실전을 많이 뛰지 못한 점도 걱정스럽다.
나승엽은 "1주일 넘게 누워만 있어야 했다.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힘들더라"라며 답답했던 속내를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정신 좀 차리라고 한방 맞은 것 같다. 더 좋은 시즌을 위한 액땜이라 생각하겠다"면서 "복잡했던 생각도 좀 정리가 됐다. 푹 쉬고 돌아왔으니 컨디션은 내가 제일 좋을 것 같다"며 의지를 다졌다.
황성빈에 이어 나승엽, 윤동희, 장두성, 이호준이 줄줄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나승엽은 "재활군에서 계속 같이 운동했다. 장두성-이호준은 기술 훈련을 시작했고, 황성빈-윤동희는 아직 재활군에 있다. 다들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내가 내려가니까 한명씩 계속 오더라"며 '부상 자이언츠'에 대한 웃픈 속내도 드러냈다.
그 와중에도 롯데는 저력을 과시하며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늘 강조해온 '옵션론'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전력 공백을 그때그때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잘 메우면서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롯데 1군 경기를) 한 경기도 빠짐 없이 챙겨봤다. 5~6점 차이나도 질 거 같지가 않더라. 더그아웃에 포기하는 사람이 1명도 없는데…특히 한방에 뒤집는 경기보다 꾸준히 따라가면서 뒤집는 경이가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 나도 빨리 보탬이 되고픈 마음 뿐이다."
그 와중에도 절친들이 살뜰하게 챙겼다. 나승엽은 "고승민 형은 매일 연락이 왔다. 만나기도 하고, 또 빨리 오라는 얘기도 많이 했다"면서 "1루 수비 너무 잘하더라"는 감탄도 덧붙였다. 감보아가 등판한 2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고승민이 온몸을 뻗어 잡아낸 필사적인 캐치를 떠올리며 "저도 봤다. 진짜 잘 잡았다"며 찬사도 보냈다.
두 사람은 이날 커플 마냥 함께 우산을 쓰고 사직구장에 함께 출근하는 우정샷이 포착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거포이자 중심타자로 성장한 첫 시즌. 나승엽은 전반기 막판 스퍼트를 다짐했다.
"과거는 잊고 잘해보겠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 욕심이라기 보단 당연한 마음 아닐까."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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