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예 지고 있을 때, 마음 편하게 던지라고 했다."
때론 1이닝, 어떨 때는 ⅓이닝.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의 '승리 경험'이 쌓이고 있다.
윤성빈은 25일 창원 NC다이노스 전, 롯데의 마지막 ⅓이닝을 책임졌다.
2-7로 뒤진 8회말 2사에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는 대선배이자 2000안타 레전드인 손아섭. 154㎞ 초구에 날카로운 스윙으로 반응했고,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다음 타자는 이날 시즌 15호 동점포 포함, 3안타 2타점을 몰아쳤고, 지난 시즌 홈런왕(46홈런) 맷 데이비슨.
하지만 윤성빈의 투구에는 거침이 없었다. 1,2구는 155㎞ 직구로 연속 파울, 3구째 139㎞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롯데로선 아쉬운 역전패였다. 외국인 투수 간의 맞대결, 힘대힘으로 밀린 분위기라 더욱 그랬다. 2-2 상황에서 6~8회에만 연달아 실점하며 역전패한 경기. 그간 롯데에게 당한 팀들의 아쉬움을 고스란히 느낄 만한 경기였다.
그래도 마지막 윤성빈의 ⅓이닝이 팬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현재 1군에서 윤성빈의 입지는 애매하다. 필승조도, 추격조도 아니다. 등판이 잦지도 않다.
윤성빈 역시 특별히 구종을 테스트하기 보단 자신의 직구와 슬라이더로 정면승부를 펼친다. '존 가운데만 보고 던져'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고, 그동안 그게 가장 어려웠던 투수 중 한 명이다.
김태형 감독은 "윤성빈을 낼 타이밍은 꾸준히 보고 있다. 접전 승부가 이어질 땐 쓰기 어렵다. 아예 지고 있을 때, 편안하게 던질 수 있게 한번씩 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윤성빈 본인이 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대팀의 간판급 타자를 엄선한다. 6월 15일 SSG 랜더스전에는 간판타자이자 리드오프인 최지훈과 맞대결을 시켰다. 결과는 157-156-157㎞ 직구로 3구 삼진.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3-6으로 뒤지던 7회초 등장했다. 디아즈-박병호-류지혁을 상대했다.
올시즌 홈런 1위(27개) 디아즈 상대로 5구 연속 직구를 던졌다. 157-156-156-157-157㎞가 잇따라 찍혔다. 디아즈도 만만찮았다. 볼 3개를 골라내고, 스트라이크 3개는 파울로 쳐냈다.
6구째 137㎞ 슬라이더도 커트해냈지만, 잠시의 흔들림이 있었을까. 다시 꽂힌 155㎞ 직구에 배트가 밀리면서 중견수 뜬공이 됐다.
박병호 역시 통산 418홈런, 50홈런을 두번이나 넘긴 전설의 홈런왕이다. 최근 들어 홈런 5개를 몰아치며 단숨에 홈런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한방은 살아있는 타자.
윤성빈은 157-158-156㎞ 3연속 직구로 중견수 뜬공을 이끌어냈다. 특히 158㎞는 올시즌 윤성빈의 개인 최고, 그리고 KBO리그 토종 우완 최고 구속이었다.
류지혁에겐 초구 137㎞ 슬라이더를 던진 뒤, 다시 154-154-154-156-154㎞ 직구를 때려넣었다. 류지혁은 기다림을 택했지만,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돌아서야했다.
그리고 3일 후인 NC 전에 모습을 드러낸 것. "편하게 던지라"고는 하지만, 마냥 쉬운 상황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윤성빈은 씩씩하게 하루하루 스스로를 넘어가고 있다.
1군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머문 것은 2년차 시즌인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이 또한 만원 관중의 응원과 함성, 달아오른 분위기 등 1군 무대에 충분히 적응하라는 김태형 감독의 배려다.
피지컬과 투구 재능만큼은 10개 구단 전체를 통틀어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그리고 간절함과 절실함 또한 마찬가지다. 2017년 1차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래 어쩌면 허송세월처럼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을 견디고 버텨냈다.
금지옥엽 마냥 물을 주고 있는 정원사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꽃망울이 서서히 만개를 준비하고 있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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