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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호러의 계절? '수요없는 공급' 원중시네마, 안타 하나 없이 밀어내기 1실점…김태형 감독 '홧병'날뻔 [창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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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꽉 짜여진 계획마냥 흘러간 경기였다. 내야진의 실책으로 인한 대량실점은 예상 밖이었지만, 선발은 꿋꿋하게 버텨냈고, 타선의 힘은 인상적이었다.

완벽한 뒤집기쇼를 연출한 뒤 깔끔한 마무리만 남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고구마가 펼쳐졌다. 그것도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그 자체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2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7대6, 1점차의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내야 실책으로 1회말 3점을 먼저 내주면서 기선을 빼앗겼다. 하지만 3회말 한태양의 2루타를 시작으로 고승민 정훈의 적시타, 김민성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이뤘다.

4회말 NC 김형준의 1타점 2루타, 송승환의 적시타가 겹치며 2점을 내줬지만, 5회초 레이예스의 시즌 9호 추격포와 대타 나승엽의 드라마 같은 역전 3점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선발 감보아가 5⅔이닝을 책임졌고, 최준용-정철원-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 트리오가 가동됐다. 여기까진 완벽하게 계산대로였다.

문제는 마무리 김원중이었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은 김형준-손아섭을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강타자도 아닌 NC 최정원을 상대로 잇따라 포크볼을 구사하다 몸에 맞는볼을 내줬다. 이어 김주원에겐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직구와 포크볼이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으며 볼넷.

권희동을 상대로는 슬라이더까지 섞어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3B2S 풀카운트에서 권희동이 3연속 파울을 쳤고, 정교하게 제구된 포크볼에 속지 않으면서 다시 볼넷.

그리고 베테랑 박건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유인구인지 제구가 흔들린 건지, 변화구가 잇따라 존을 벗어났다. 결국 박건우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이날 김원중이 최고 149㎞까지 나오는 강렬한 직구를 보여준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선택의 연속이었다.

앞서 "FA 계약 첫해에 책임감 있게 잘해주고 있다. 어떤 상황에 올려도 문제없이 잘 던져준다"고 칭찬했던 김태형 감독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 '변화구 던지지 못하게 하라'로 예상되는 분노를 토해내기도 했다.

심지어 1점차 만루에서 맞이한 상대는 지난 시즌 홈런왕 데이비슨이었다. 데이비슨 상대로는 148, 147㎞ 직구를 연달아 던져 깔끔하게 우익수 뜬공을 유도해냈다.

돌아돌아 가긴 했지만 어떻게든 승리를 지켜낸 김원중이었다. 야구가 언제나 잘 될 수는 없는 노릇. 단지 그 과정이 NC 팬에겐 희망고문을, 롯데팬에겐 벼랑끝 가시밭길을 선물했을 뿐이다.

김원중은 54억 FA 계약 첫해인 올해 33경기에 등판, 35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1패21세이브, 평균자책점 1.77로 커리어 하이급 성적을 기록중이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