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말레이시아 귀화 선수 실력에 놀랐다.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펼쳐진 202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3차예선 F조 2차전에서 0대4 참패를 당한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귀화 선수가 경기에 차이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날 말레이시아는 선발 11명 중 9명을 아르헨티나, 스페인, 브라질 출신의 귀화 선수로 구성했고, 득점자도 주앙 퍼규레도, 로드리고 홀가도, 라베레 코르뱅-옹, 디온 쿨스 등 전원 귀화 선수였다. 베트남이 말레이시아에 패한 건 10년만이다. 베트남은 F조에서 1승1패 승점 3으로, 2전 전승 중인 말레이시아에 밀려 조 2위로 추락했다. 이번 3차예선에선 6개조 선두 1팀씩 총 6개팀만이 2027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베트남 축구에 호재가 생겼다. 24일 베트남 국회는 여러 조항을 개정 및 보완하는 법안(국적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7월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이제 베트남에 거주하지 않고 베트남어에 능통하지 않아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등이 베트남 국적을 소유한 시민은 기존 시민권을 유지한 채 해외 대사관을 통해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엔 베트남 거주자, 베트남어 능통자가 베트남 법무부를 통해서만 귀화를 신청할 수 있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베트남 국가대표 골키퍼인 응우옌 필립은 베트남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근 10년이 걸렸다. 이젠 '응우옌'과 같은 베트남 이름을 반드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진입 장벽이 현저히 낮아져, 귀화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풍 탄 프엉 호치민FC 감독은 "개정 및 보완된 국적법은 해외에 있는 베트남 선수, 특히 우리 팀 소속 패트릭 레 지앙에게 유리하다. 이를 통해 베트남 팀은 우수한 해외 베트남 선수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반색했다. 프랑스 출신 국제축구연맹(FIFA) 선수 브로커인 피에르 훙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베트남 축구계에 좋은 소식이다. 해외에 있는 베트남 선수들은 베트남 국가대표팀이나 V-리그에서 뛸 기회를 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축구협회(VFF) 차원에서 대대적인 귀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유럽에서 축구를 배운 귀화 선수가 중심이 되어 베트남을 대파한 말레이시아,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차 예선에 출전한 인도네시아의 성공 사례가 자국 선수 중심인 베트남의 생각을 고쳐먹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축구 매체 '시시아골'은 17일 'VFF는 말레이시아전 패배 이후 유럽에서 활약 중인 100명 이상의 베트남계 선수를 리스트업했다. 20세 미만 선수, 이미 유럽 상위 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포함됐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축구협회 기술팀이 명단을 리스트업했으며, 김상식 감독이 일부 선수를 모니터링한 뒤 합류를 요청했다'라며 '베트남 법에 따라 국적을 변경하려면 먼저 베트남 리그에서 뛰어야하기 때문에 (귀화가)쉽지는 ?戮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반드시 베트남 리그에서 먼저 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 출신 공격수 응우옌 쑤안 쏜(하파엘손)의 폭발적인 활약에 힘입어 2024년 아세안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쏜은 현재 전치 8개월 장기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현 대표팀에서 주력으로 뛰는 귀화 선수는 체코 출신 골키퍼 응우옌 필립, 프랑스 풀백 까오 꽝 빈(제이슨 펜던트) 정도가 있다. 베트남은 10월 네팔과 아시안컵 3차예선 2연전을 펼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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