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충격적인 소식이 공식화되기 전. 야구계에는 '이종범 코치가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으로 간다더라'는 소문이 퍼졌다. 소문을 접한 야구관계자들은 '이게 말이 되나'라는 반응이었다.
KT는 27일 이종범 코치와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이 코치가 KT에 최강야구 섭외를 이유로 팀을 떠나겠다고 했고, 난생처음 겪는 황당한 일에 구단은 일단 만류했으나 소용없었다. 이강철 KT 감독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겠으나 구단과 상의 끝에 이미 마음 떠난 사람이니 좋게 보내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야구 예능프로그램이 흥행한 건 2022년부터다.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을 섭외하고, 프로에서 은퇴한 스타 선수들을 대거 출연시켜 큰 인기를 끌었다. 야구에 관심이 없었던 젊은 세대들을 유입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고, KBO리그는 최근 역대 최소 경기 600만 관중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강야구에서 활약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해 관심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KBO 구단들은 최강야구와 2군의 경기, 심지어는 1군 선수들과 경기도 응하며 상부상조했다.
하지만 최강야구는 결국 선을 넘었다. 최강야구를 처음 제작했던 PD와 방송사 JTBC가 갈등을 겪었고, 그 PD가 기존 출연진들을 데리고 '불꽃야구'라는 새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이상한 경쟁 구도가 그려졌다. 최강야구 역시 새 시즌을 제작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불꽃야구에 밀리지 않을 출연진을 꾸려야 했을 것이고, 그 결과 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인 상황에서 이종범 코치와 접촉하는 우를 범했다.
최강야구 측은 이 코치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KT에는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시즌에도 다른 팀 코치를 데려갈 때는 그 팀에 양해를 먼저 구하는 게 야구계의 오랜 관행이다. 또 시즌 중에는 감독석에 공석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미 한 시즌 세팅을 마친 팀에서 코치를 빼가는 일은 거의 없다. 각 팀의 전력에 영향을 주는 일이기에 그만큼 조심스럽다. 최강야구는 그런 점에서 야구계에서는 근본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응한 이 코치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이 코치의 최강야구행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해할 수 있는 행보라고 이야기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무슨 이유라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야구계의 시선이다.
이 코치는 감독 하마평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타이거즈 레전드로 현역 시절 공격, 주루, 수비 능력을 모두 갖춘 역대 최고 유격수로 평가받았다. '바람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는 아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지금은 미국 야구팬들도 안다. 은퇴 후에는 야구 해설위원과 지도자 생활을 했다. LG 트윈스에서 코치로 지내면서 2023년 우승을 함께하며 착실히 지도자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듯했다.
지난해는 아들 이정후를 위해 잠시 코치 유니폼을 벗고 미국에서 함께 생활했다. 공백기가 생긴 이 코치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KT였다. 광주일고 선배인 이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서 이 코치를 데려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코치가 KT를 떠난 배경으로 팀 내 입지가 좁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렇다고 시즌 중에 예능프로그램을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개막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시점. 이 코치 영입을 주도한 이 감독의 면도 서지 않게 됐다.
야구계는 이 코치가 최악의 수를 뒀다고 평가한다. 시즌 중에 무책임하게 떠난 코치를 누가 다시 영입하겠냐는 것. 프로야구의 기반을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간판스타가 벌인 일이라 충격은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이 코치이기에 "대우 때문일 것"이란 추측도 와닿진 않는다. 프로야구 지도자 연봉은 일반 회사원들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수십억원씩 벌었던 스타 출신 선수들의 눈높이에는 박봉이다. 그래도 감독의 꿈이 있는 지도자들이 버티고 남는다.
이 코치가 언젠가 프로야구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해서는 안 됐다. 야구계는 최강야구와 손을 잡은 순간 이 코치의 프로 지도자 커리어는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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