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나도 김남일 감독님처럼 엉덩이를 걷어차야 하나 생각중이다."
정경호 강원FC 감독이 극장골 직후 상의 탈의 세리머니로 퇴장 다해, 추가시간 10분간 모두의 간을 졸이게한 김대원 사건에 대해 유쾌한 코멘트를 던졌다.
김대원은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1 21라운드 수원FC전,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무회전 중거리포를 골망에 꽂으며 강원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김천 상무에서 제대한 지 두 경기 만에 터진 극장골에 급흥분한 김대원이 상의 탈의를 한 채 원정 서포터석으로 내달렸다. 유니폼을 들어보이며 환호했다. 문제는 이미 카드 한장을 받았다는 것, 상의탈의로 옐로 카드를 받으며 경고누적, 퇴장 당했다. '병주고 약주고' 골이 됐다. 이후 강원 선수들은 10분의 추가시간을 10대11의 수적 열세속에 버텨내야 했다. 9명의 필드 플레이어 5-3-1 포메이션으로 강원의 팀 슬로건인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의 정신으로 버티는 가운데 후반 교 투입된 골키퍼 이광연이 폭풍선방을 선보였다. 이날 슈팅 21개를 쏘아올린 수원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온몸으로 막아내며 강원이 2대1 승리를 지켜냈다. 강원은 대구전에 이은 2연승, 3경기 무패로 E-1 챔피언십 휴식기를 최고의 분위기에서 맞게 됐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 화제는 단연 김대원이었다. 정경호 감독은 "대원이가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깜빡했다고 하더라. 너무 좋아서 강원 팬들을 위한 복귀 세리머니로 유니폼을 보여주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경고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같다. 다른 선수들이 와서 벌금 때려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미소 지었다. "오늘 골은 후반 추가시간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중요한 골이었고 그런 분위기에서 나온 골에 대원이가 잠시 카드를 잊고 흥분했다. 도파민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호 감독은 2021년 성남 코치 시절 경험한 그 유명한 뮬리치 일화를 떠올렸다. 김대원의 상의 탈의 퇴장 사건이 당시 성남 외국인 공격수 뮬리치가 골 기쁨에 도취된 나머지 카드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상의 탈의 세리머니로 퇴장 당한 사건과 정확히 일치하는 상황. 그날의 뮬리치처럼 김대원도 '가린샤 클럽(득점 후 퇴장당하는 선수, 1962년 칠레월드컵 준결승에서 멀티골을 넣고 퇴장당한 브라질의 축구 전설 가린샤에서 유래)'에 가입했다.
"선수 시절 경고 상황을 한번도 잊은 적 없다"는 정 감독은 공교롭게도 이 희귀한 '가린샤 클럽 가입' 사건을 코치로, 감독으로 두 번 목도한 지도자가 됐다. 다행히 당시도 이날도 승점 3점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정 감독은 뮬리치 사건을 오버랩하며 "내가 성남에 있을 때 뮬리치가 골을 넣고 퇴장 당한 것을 오늘 똑같이 다시 경험했다. 그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김남일 감독님은 엉덩이를 걷어찼다고 하셨는데 나도 엉덩이를 걷어차야 하나 생각중"이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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