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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홈런, 오늘은 164㎞ 피칭, 사람 맞나?' 오타니 세 번째 등판에서도 무실점, 첫 2이닝 투구+164㎞ 최고구속. '투타겸업 오타니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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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무리 만화 캐릭터라도 이렇게 만들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일반적인 상식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진짜 '괴물'. '먼치킨 캐릭터' 오타니 쇼헤이가 이틀 동안 보여준 활약상은 눈으로 봐도 믿기 어렵다. 어제는 7루타(홈런+3루타)를 치더니, 오늘은 164㎞의 광속 패스트볼을 뿌리며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실제상황이다.

'오타니 쇼'가 28일에 이어 29일에도 펼쳐졌다. 오타니는 29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 때 선발투수로 나와 '투타 겸업'에 나섰다.

선발이긴 해도 엄밀히 따지면, 재활 등판 성격을 띈 '오프너 등판'이다. 2023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지난해에는 재활을 위해 공은 던지지 않고 타자로만 활약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다시 선발 복귀를 준비중이다. 보통 수술과 재활을 마친 투수는 빅리그 컴백에 앞서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재활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 재활 경기를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시행 중이다. '오나티니까' 가능한 일이다. 벌써 두 번의 재활 출격을 성공리에 마쳤다. 17일과 23일에 LA 다저스타디움에서 각각 샌디에이고와 워싱턴을 상대로 1이닝씩 던졌다. 첫 등판 때는 안타 2개를 맞고 1실점했다. 그러나 23일 워싱턴전 때는 삼진을 2개나 잡으며 1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29일 캔자스시티전은 세 번째 등판이다. 이날은 1이닝을 더 던졌다. 워싱턴전을 통해 자신감이 붙은 덕분이다.

결과는 완벽에 가까웠다.

오타니는 2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삼진을 각 1개씩 기록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27개였고, 이 중 스트라이크는 20개였다. 제구가 안정적으로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닝당 투구수도 딱 13.5개였다. 이 수치라면 투구수 70개 선에서 5이닝 투구가 가능해진다. '5이닝 투구'가 가능해진다는 건 이제 재활 등판은 끝내고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오타니는 다음 네 번째 등판에서 투구수 40~50개 언저리에서 3이닝(혹은 4이닝)을 소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도 문제가 없다면 후반기부터는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도 빼어났다. 1회말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캔자스시티 선두타자 조나단 인디아를 5구 만에 2루수 뜬 공으로 잡았다. 5경기 만에 선발 2루수로 나온 김혜성이 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오타니가 인디아에게 던진 3구째 포심 구속은 100.1마일(약 161㎞)로 나왔다. 전성기의 구위가 그대로 재현됐다.

다음 타자 바비 위트 주니어에게는 초구에 안타를 맞았다. 아예 위트 주니어가 오타니의 스위퍼를 공략할 생각을 하고 들어왔다. 초구에 좌전 안타를 맞은 오타니는 후속 마이겔 가르시아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감을 안겼다. 제구가 흔들리는 상황은 최악이다.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내보내자 오타니는 팔꿈치 기어를 바꿨다. 캔자스시티 4번 타자 비니 파스콴티노를 상대로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인 포심 패스트볼로 승부를 걸었다. 1, 2구는 몸쪽 낮은 스트라이크. 99.2마일과 100.2마일이었다.

이어 세 번째 공으로 승부를 끝냈다. 무려 101.7마일(중계영상에는 102마일)의 광속구가 들어왔다. 파스콴티노는 이걸 받아 쳤다. 하지만 힘에서 밀린 타구는 멀리 뻗지 못했다. 2루수 김혜성의 정면으로 향했고, 김혜성은 물 흐르듯 깔끔하게 4-6-3(2루수-유격수-1루수) 병살 플레이를 이끌어내며 이닝을 끝냈다. '오타니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혜성의 병살 플레이 덕분에 투구수를 14개로 아낀 오타니는 2회에도 등판해 여유있게 퍼펙트로 이닝을 마쳤다.

첫 상대인 살바도르 페레즈는 중견수 뜬공, 후속 잭 캐글리아논은 헛스윙 삼진, 닉 로프티는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았다. 이번 이닝도 투구수 13개로 끝냈다. 이런 페이스라면 오타니의 선발 5이닝 소화는 시간 문제다.

이렇듯 선발 복귀를 위한 세 번째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오타니는 전날 경기에서는 무시무시한 스윙을 앞세워 홈런과 3루타를 날리는 괴력을 보여줬다.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홈런과 3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볼넷 2득점의 MVP급 활약으로 팀의 5연승에 힘을 보탰다. 1회초부터 선두타자 홈런을 날렸다. 상대 선발 노아 카메론을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몸쪽 밋밋한 체인지업(시속 78.1마일, 약 126㎞/h)을 잡아당겨 비거리 131m(429피트)짜리 좌중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올해 8번째 리드오프 홈런이자 오타니의 시즌 29호 홈런. 내셔널리그 홈런 1위 및 MLB 홈런순위 단독 2위가 됐다. 1위 칼 롤리(시애틀)와는 3개 차이다. 2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28개)보다 1개 더 많이 넘겼다.

이런 활약을 한 다음 날 곧바로 선발 등판해 162㎞ 패스트볼을 앞세워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으니 '사기급 캐릭터'가 틀림없다. 오나티의 투타 겸업쇼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