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렇게 끝까지 이강철 KT 위즈 감독에게 무례할 수 있을까.
JTBC 야구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가 시즌 도중 이종범 코치를 KT에서 빼가는 결례를 범한 것도 모자라 궁지에 몰려 변명하는 과정에서 이 감독을 우습게 만들었다.
최강야구 제작을 맡은 성치경 CP가 1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한 발언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프로야구를 기만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나름대로 이종범 전 코치와 프로그램을 옹호하고자 목소리를 낸 듯한데, 결과적으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
최강야구는 지난달 30일 이종범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KT가 지난달 27일 이종범 전 코치와 계약해지를 발표한 지 3일 만이었다.
성 CP는 이종범 코치와 접촉하게 된 배경으로 '불꽃야구'를 언급했다. JTBC는 최강야구를 처음 제작했던 PD와 갈등을 겪었고, 그 PD가 기존 출연진들을 데리고 불꽃야구를 새롭게 제작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JTBC는 주요 콘텐츠를 허무하게 뺏길 수 없었다. 결국 불꽃야구에 대적할 만한 거물급 인사가 바로 '레전드' 이종범이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종범이 야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KT는 현재 치열한 5강 싸움을 하고 있는 팀. 시즌 중 코치가 팀을 옮기는 것은 매우 민감한 일이다. 1군 코치는 더더욱 그렇다. 프로야구팀에서 시즌 도중 새로운 감독이 부임해도 해당 시즌에는 가능한 다른 팀에서 코치를 데려오지 않는다. 기존 코치진을 유지하거나 필요하면 소속이 없는 지도자를 영입한다. 새 감독이 부임하거나 심각한 건강 이상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코치가 시즌 도중 팀에 떠나게 해달라고 자발적으로 퇴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드문 일이 이종범 코치에게 일어났다. 논란이 뜨거운 이유다.
이강철 감독은 이 전 코치가 다시 프로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사령탑.
이 감독은 광주일고 후배인 이 전 코치를 각별히 챙겼다. 지난해 공백기가 생긴 이 전 코치에게 이 감독이 KT행을 제안 했고, 없는 자리까지 마련해줬다.
이 감독은 이 전 코치가 처음 "최강야구 감독으로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만류했다.
성 CP에 따르면 이 감독은 "(이)종범아 너도 정통 감독이 돼야 할 텐데, 예능으로 가면 되겠냐"고 했다. 한 차례 거절. 이 전 코치가 프로야구 감독에 뜻이 있었다면, 이때 최강야구를 포기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전 코치는 얼마 후 이 감독에게 다시 한번 "최강야구 감독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마음이 이미 떠났다는 뜻인데, 이 감독도 여기서 더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감독은 그래도 각별하게 생각했던 후배였기에 가능한 좋게 보내주자고 구단에 이야기했다. 그 속이 얼마나 쓰렸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성 CP는 눈치도 없이 이런 상황을 "이강철 감독이 흔쾌히 받아준 것으로 안다"고 가볍게 말했다.
게다가 시즌 도중 이 전 코치를 빼올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감독의 뜻이었다고 말했다.
성 CP는 "전반기가 끝나고 방송에 참여하면,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중반쯤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면 방송으로는 그림이 예쁘지는 않다. 이강철 감독이 그걸 알고 '마음 굳혔으면 빨리 정리하고 가서 거기서 열심히 하라'라는 뜻으로 퇴단을 일찍 결정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이 방송 그림 예쁘라고 빨리 정리하고 가서 열심히 하라고 했겠는가. 상식적으로 더는 팀 분위기 망치지 말고 빨리 떠나라는 것이 사실에 가까운 해석이 아닐까.
이 감독을 속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다니, 생각이 짧아도 이렇게 짧을 수가 없다.
최강야구는 이종범 감독 선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강철 감독을 방패로 삼았다. '이강철 감독도 허락했는데 뭐가 문제냐' 이런 논리인데, 이것만큼은 진짜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성 CP는 또 "이종범도 KT에서의 현실을 전했다. 팀 내에서 고민이 많았었다. 원래 맡았던 보직이 바뀌었다. 이강철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것이다. 하지만 이종범 입장에선 의욕적으로 뭔가 하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일 잘하는 후배 코치들과 자리 다툼하기도 뭐했다. KT에서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든 답답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 감독과 구단은 이 전 코치가 원하는 보직을 맡을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이 전 코치가 후배들과 자리 다툼을 하거나 신경전을 벌일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는 게 KT 관계자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내부 사정도 모르는 예능 PD가 팀에 대해 현장과 동 떨어진 변명을 이어가니 이 사안과 관련된 KT 관계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안 하니만 못한 해명으로 이 전 코치에 대한 신뢰만 더 떨어졌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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