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난 올시즌 끝까지 밀어붙일 거다. 네가 테이블세터에 정착해줘야 나도 산다."
오랫동안 꿈꿔온 감독 데뷔시즌을 건 도전, 성공의 첫발을 내딛었다. NC 다이노스 김주원이 지겹도록 달아온 '유망주'의 꼬리표를 완전히 뗄 전망이다.
이호준 NC 감독은 시즌전 김주원을 2번타자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발도 빠르고, 한방도 있고, 작전 수행능력도 있다는 판단.
그 동안은 주로 하위 타순에서 '마음 편히' 치는 배려를 받았다. 그 결과 2022~2023년에는 2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쳤고, 지난해에는 홈런은 9개였지만 OPS(출루율+장타율)를 0.750까지 끌어올렸다.
어느덧 프로 5년차 시즌. 이호준 감독은 김주원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문제도 해결했고, 국가대표 단골 유격수로 거듭난 만큼 타순이나 체력적인 부담감은 이겨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스위치히터인 만큼 2번에 배치하면 타순을 짜기 편한 점도 장점이었다. 또 스위치히터에 맞게 상대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본인의 타격감이나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같은 손 타석에 들어서는 변칙도 시도해 볼 것을 권했다. 주자 1루 상황일 경우 왼손 투수라도 좌타석에서 히트앤런을 통해 1,3루를 노리는 게 대표적이다.
시즌 초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부담감에 짓눌린 기색이 역력했다. 스윙에도 망설임이 묻어났다. 자신의 좋은 선구안을 발휘하기보단 '공을 더 봐야한다'는 고민이 가득했다. 4월까지 타율이 단 2할(100타수 20안타), 4월 한달간만 따지면 1할6푼7리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호준 감독은 뚝심있게 밀어붙혔다. 김주원은 5월(타율 2할6푼9리)부터 조금씩 눈을 떴다. 6월 한달간은 3할 타자(3할9리)로 거듭났고, OPS(출루율+장타율)도 0.8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6월 중순부터는 리드오프로 올라섰음에도 발걸음이 가볍다. 7월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주원의 상승세에 대해 이호준 감독은 "리드오프로 '승진'도 했고, 앞으로는 잘할 일만 남았다. 1~3번을 다 칠 수 있는 타자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김주원은 사령탑이 부여한 테이블세터 미션에 대해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황에 맞춰 타격을 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타순이 바뀌면서 눈에 띄는 부분은 도루다. 2022년 처음으로 두자릿수 도루(10개)를 달성했고, 2023년 15개, 지난해 16개에 이어 올해는 전반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22개를 했다.
출루율의 꾸준한 상승도 눈에 띄지만, 타순 조정으로 인해 타석 자체가 양적으로 늘어난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김주원은 "도루 시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시즌을 시작했고, 그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한때 왼쪽 타석에 정착하는 것을 고민했던 그지만, 이제 양쪽 타석 모두 불편함 없이 치고 있다.
"준비 자세에서 뒤쪽 다리를 한번 조여준다는 느낌으로 임하고 있다. 중심을 뒤쪽에 두면 조급하게 스윙하지 않는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이호준 감독이 LG 코치 시절 키움 송성문에게 배워 직접 전수해준 '송성문식 루틴'이 김주원의 부진 탈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타격 준비 동작에서 뒤쪽 다리의 힌지를 한줄 접는다 생각하고 타석에 임하라는 조언이다. 이를 통해 성급하게 손부터 나오던 스윙이 바뀌었고, 몸의 회전이 동반되면서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설명.
이호준 감독은 "150㎞ 직구는 그 힘을 자연스럽게 받아쳐야 한다. 맞서싸우려고 하면 170, 180㎞ 직구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더했다. 그는 "알려줘도 못하는 선수가 태반이다. 그걸 완벽하게 이해하고 빠르게 습득하는 게 야구 잘하는 선수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유니폼이나 선수 카드 판매량 등에서 드러나는 팀내 최고 인기 선수 중 한명이다. NC가 공들여 키워낸 토종 프랜차이즈 스타다.
다만 KIA 타이거즈 박찬호에 밀려 올스타전에는 감독 추천 선수로 나간다. 김주원은 "실력도 성적도 인기도 (박)찬호형이 한참 위라서 어쩔 수 없다"며 웃은 뒤 "언젠가 나도 베스트12로 나가고 싶다. 그건 팬들이 뽑아주시는 거니까 더 의미가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기민한 발놀림과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수비도 인상적이다. 다만 아직은 실책이 적지 않다. 김주원은 "수비에서 투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못되고 있다. 나 자신이 좀더 만족할 수 있도록 수비력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다른 선수를 의식하면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다. 나 자신에게 역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 그보다는 나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거다. 데뷔 이래 아직 세자릿수 안타를 쳐본 적이 없는데, 올해는 꼭 100개 이상의 안타를 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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