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제이크, 가족들하고 코엑스 간다 생각해."
사령탑이 전수한 '무심(無心)' 타법이 통한 걸까.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가 불같은 방망이로 조성환 감독대행의 함박웃음을 불렀다.
케이브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 1차전에서 3-5로 뒤진 8회 동점 투런포, 7-5로 앞선 9회 쐐기 솔로포를 잇따라 쏘아올리며 부산 야구팬들을 침묵에 빠뜨렸다.
5월 한달간 타율 2할4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629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교체설에도 시달렸던 그다. 하지만 6월 들어 3할2푼1리 OPS 0.834로 회복세를 보이더니, 7월에는 한층 더 뜨거워진 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바야흐로 두산 타선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확 달라진 케이브에 대해 "만루 상황에서 10타수 무안타 찍고 나서 한마디 해줬다. '가족들하고 코엑스 가는 기분으로 들어가'라고 해줬다"라며 웃었다.
그 뒤로도 주자 만루시 무안타를 한 타석 더 추가했다고. 하지만 이후 2루타 하나 포함 3안타를 추가하며 지금은 14타수 3안타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11번째로 못 치고 나서 나한테 한 말이 생각난다. '어제 거기서 해냈으면 터닝포인트가 됐을 텐데'라더라. 쫓기고 있지만 이겨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다음 타석에 적시타를 쳤고, 공교롭지만 그때부터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아마 부담을 가진 것도 사실일 테고, 결과를 내야 반등의 계기가 될 거라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던 거 아닐까. 결과로 증명했으니까."
조성환 감독대행은 "이제 팀의 리더라고 해도 좋다. 양의지와 함께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면서 "젊은 선수들은 아마 케이브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는 스타일임에도 뛰어난 컨택 능력을 지녔다. 미네소타 트윈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치며 빅리그에 머물렀던 비결이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팀의 특성상 빠른 발과 견실한 수비도 돋보이고, 한방 능력까지 갖췄다. 두산이 후반기 반전을 보여주려면 케이브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날 케이브는 8회초 롯데 김진욱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까마득히 넘기는 130m 초대형 홈런포를 쏘아올린데 이어 9회초에는 송재영을 상대로 중월 담장을 넘기며 팀 승리를 확정지은 것은 물론 왼손 투수 상대로의 강점까지 제대로 어필했다. 전직 메이저리거다운 위엄이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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