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하루 차이로 벤치의 단호한 리더십이 돋보였다. 한때 사제 관계였던 두 사람답게 결이 비슷하다.
9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의 2차전이 열렸다.
1-1로 맞선 2회말, 롯데 나승엽이 두산 선발 곽빈의 147㎞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1루 베이스 쪽으로 애매하게 구르는 땅볼이 됐다.
이런 타구의 경우 수비수의 판단이 빨라야한다. 뒤쪽에서 확실하게 잡든지, 반박자 빠른 대시를 통해 앞쪽에서 잡고 빠르게 베이스를 발로 태그해야한다.
하지만 이날 두산의 1루수는 김민석. 프로 입단 이후 주로 외야수로 뛰었다. 특히 내야수들의 공을 잡는 게 아닌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포구 경험은 더 적을수밖에 없다.
대시 타이밍을 놓친 김민석은 결국 1루 근방에서 비틀거리며 나뒹굴었고, 타구가 뒤로 빠지며 실책으로 기록됐다. 다음 타자 한태양의 안타로 무사 1,2루.
에이스 곽빈이 흔들리는 빌미를 준 셈이다. 이에 조성환 감독대행의 대처도 예상 이상으로 빨랐다. 다음타자 장두성의 타석을 앞두고 곧바로 김민석을 빼고 양석환을 1루수로 투입했다. 마침 '78억 FA' 양석환이 재활을 마치고 이날 1군에 등록됐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경기전 브리핑에서 "공격 수비 연습 다 봤는데, 컨디션은 괜찮아보인다"고 했었다.
이처럼 가차없는 징벌은 전날 '스승' 김태형 롯데 감독과도 닮았다. 두 사람은 2018~2020년 3년간 두산에서 사령탑과 수비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 7회초, 3-4로 쫓긴 상황에서 정철원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여기서 첫 타자 강승호는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쳤는데, 롯데 유격수 전민재가 포구 실책을 범했다.
뒤이어 다음 타자 추재현과의 승부에서 정철원의 슬라이더를 유강남이 잡지 못하는 장면이 나왔다. 폭투가 아닌 포일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더이상 참지 않았다. 전민재를 빼고 이호준, 유강남 대신 손성빈을 각각 교체 투입했다. 선수단의 집중력을 한순간에 끌어올린 롯데는 7회초를 실점없이 잘 막았고, 이어진 7회말 오히려 상대 실책으로 1점을 추가했다.
비록 8회초 케이브의 동점 투런, 박계범의 2타점 적시타, 케이브의 연타석 홈런이 이어지며 두산이 역전승을 따냈지만, 김태형 감독다운 승부수는 여지없이 유효했다. 기본이 흔들리는 선수는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는 강렬한 메시지다.
김태형 감독은 이 교체에 대해 "(포수가)공을 못잡지 않았나. 도루 대비도 할 겸 손성빈을 넣었다", "(전)민재는 두산전만 되면 이상하게 너무 흥분한다. 첫 타석부터 방망이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길래 교체했다"며 더이상의 말은 아꼈다.
분명한 건 김태형과 조성환, 두 사령탑의 닮은꼴 리더십이다. 평생을 두산에서 보낸 현직 롯데 감독, 롯데에서만 16시즌을 뛴 원클럽맨이자 현직 두산 감독이라는 아이러니도 인상적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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