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사이클 경륜 왕중왕전은 정종진(20기, SS, 김포)의 짜릿한 승리로 끝났다. 자칫 임채빈(25기, SS, 수성)의 1인 독주로 굳어질 수 있는 경륜 판도를 재정립한 명경기. 정종진이 임채빈과의 상대전적에서 4승17패로 여전히 열세지만, 이번 대결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임채빈은 같은 팀 류재열(19기, SS, 수성)의 선행을 추주하다 비교적 단거리 승부인 반 바퀴 젖히기를 시도했으나 버텨내지 못했다. 반면 정종진은 이날 평소보다 매우 이른 4코너 진입 전부터 외선으로 자전거를 빼며 추입을 시도, 그간의 맞대결에서는 종처럼 볼 수 없었던 ¾차신이라는 큰 거리 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종진은 자신감을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1인자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임채빈으로서는 방어할 수 있는 무기가 줄어든 반면, 도전자에서 경쟁자로 올라온 정종진은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기가 더 다양해지고 성공률 또한 높아진 셈이다.
임채빈이 앞서 자력 승부를 선택한 결정적 원인은 김포팀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기 때문. 자칫 김포팀 선수들에 의해 예측하지 못한 난관이 생길 바엔 차라리 정종진 앞에서 자력으로 강수를 둔 셈인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하반기부터는 임채빈과 정종진의 1대1 대결 못지않게 수성팀과 김포팀 어떤 선수들이 더 많이 출전하느냐도 두 선수의 승패를 예측하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임채빈의 수성팀과 정종진의 김포팀 모두 한국 경륜을 대표하는 굴지의 명문 팀. 아마추어 시절부터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기에 두 팀의 최종 목표는 전국 최강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두 팀의 색깔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수성팀은 역대 최고의 선행 능력을 자랑하는 임채빈이 대표되는 팀답게, 첫째도 둘째도 자력 승부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유섭(27기, S1), 김옥철(27기, S1), 석혜윤(28기, S1), 손제용(28기, S3) 모두 자력 승부를 선호하거나 능한 선수들이다. 수성팀에 선행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경륜 선수로서 가장 안전하고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는 길은 선행 능력을 키우는 것임을 강조하는 임채빈의 영향력이 크고, 평균연령이 타 팀에 비해 낮아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을 꼽을 만하다.
반면 김포팀은 타고난 각질이나 개인적 취향이 다를 경우 장점을 살리는 쪽에 무게를 둔다. 자력형인 김태범(25기, S1), 박건수(29기, S3), 자유형 김우겸(27기, S1), 인치환(17기, S1), 정정교(21기, S1), 마크-추입형 공태민(24기, S1), 정재원(19기, S1), 엄정일(19기, S2)까지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래서 김포팀 다수의 선수가 출전한 경주를 보면 물샐틈없는 조직력을 선보이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임채빈을 비롯한 선수들이 내심 부러워하거나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대목이다.
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임채빈과 정종진은 서로에 대한 장단점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최근 기량 차이도 적어져, 앞으로 임채빈과 정종진의 승부는 수성팀이나 김포팀이 얼마나 많이 동반 출전하는지, 또 동반 출전한 선수들과 어떤 작전으로 나서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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