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비교도 안 된다. 난 이제 한 골 넣었고, (손)흥민이 형은 워낙 많이 넣었다." 이동경(28·김천)의 미소였다.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은 이동경에서 출발했다.
그는 중국과의 1차전에서 경기 시작 8분 만에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손흥민존'에서 허를 찌르는 환상적인 왼발포로 골네트를 갈랐다. 이어 주민규(35·대전) 김주성(25·서울)의 골로 이어졌고, 중국을 3대0으로 완파했다. 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은 홍콩과의 2차전에선 한-일전에 대비, 이동경을 아꼈다. 강상윤(21·전북)과 이호재(25·포항)가 득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홍콩전은 2대0 승리로 막을 내렸다.
동아시안컵의 종착역이다. 대한민국은 15일 오후 7시24분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최종전을 치른다. 승부의 세계에도 '온도차'는 있다. 상대가 일본이라면 차원은 다르다. 무조건 이겨야한다. 2019년 이 대회 우승 이후 6년 만에 동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노리는 홍명보호의 선택지는 승리 외에는 없다. 일본도 2전 전승인 가운데 골득실차(+7, 대한민국 +5)에서 앞서 있다. 태극전사들은 승점 3점을 챙겨야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최다인 5회 우승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2015년, 2017년, 2019년 내리 3연패를 달성했다. 일본은 2013년과 직전 대회인 2022년 우승했다. 일본의 2연패 저지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 키를 이동경이 쥐고 있다. 이동경은 적어도 이번 대회에선 '손흥민급' 존재다. 홍 감독의 축구에 대한 이해도 또한 가장 높다.
울산 HD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성골'인 그는 2018년 K리그에 데뷔했다. 202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도쿄올림픽에서 '미친 왼발'을 자랑한 그의 대명사는 '도쿄 리'다. 이동경은 2022년 1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샬케04로 임대됐다.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된 여정이었다. 하지만 유럽 무대는 아픔이었다. 그는 이적하자마자 발등뼈 골절로 발목이 잡혔다. 샬케04에선 1경기 출전에 그치며 완전 이적에 실패했다. 2022년 9월 한자 로스토크로 재임대된 그는 반전을 꿈꿨지만 선발 2경기, 교체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동경은 2023년 7월 울산으로 돌아왔다. 울산을 이끌던 홍 감독과 재회했다. 그러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2024시즌을 앞둔 동계훈련 때 독을 품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5㎏을 감량, 몸놀림부터 가벼워졌고, 본색을 되찾았다.
이동경은 그 해 4월 28일 군입대(김천 상무) 전날까지 '미친 활약'을 펼쳤다. K리그1 8경기에서 7골-5도움을 올린 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맹활약하며 울산에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티켓을 선물했다. 홍 감독은 이동경의 고별 경기에서 "유럽의 시간이 어렵고 힘들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이동경의 감독이었던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7월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동경과도 다시 만났다. 그는 김천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A대표팀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손흥민(33·토트넘)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 황희찬(29·울버햄튼) 이재성(33·마인츠) 등 유럽파들이 즐비한 2선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았다. 발탁과 탈락을 반복했다. 지난 3월 요르단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8차전(1대1 무)에서 첫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전반 45분을 뛴 후 교체됐다.
동아시안컵이 터닝포인트다. 이동경의 눈도 북중미를 향해 있다.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래서 한-일전, 마침표가 중요하다. "대한민국 선수라면 모두 마찬가지다. 월드컵은 정말 꿈이다. 그에 걸맞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이동경의 왼발에 동아시안컵 우승이 걸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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