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5선발까지 완벽해지면 우승 광속 질주다. 후반기 한화 이글스 투수 기용법에 변화가 생길까.
한화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7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 엄상백은 아직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화생명 볼파크 신구장 개장을 앞둔 한화는 투타 전력 보강을 위해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영입한 선수가 엄상백과 심우준이었다. 4년 50억원에 심우준을 데려오면서 내야 최약 포인트로 꼽혔던 유격수 보강에 성공했고, 엄상백을 품어 안그래도 막강한 선발 로테이션을 더욱 빈틈 없이 만들겠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한화가 엄상백을 영입하면서, 외국인 투수 2명(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외에도 류현진, 문동주에 엄상백까지 리그 최강 5선발 로테이션이 완성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엄상백의 올 시즌 투구 내용이 썩 좋지 못하다는 사실. 그는 FA 자격 취득 직전인 지난해 전 소속팀 KT 위즈에서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13승은 엄상백의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다. 그가 선발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따낼 만큼의 기여를 해주면서 KT의 반등도 가능했다.
성적에서 볼 수 있듯, 엄상백은 '원투펀치급'의 평균자책점이나 이닝 소화력이 있는 선발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1군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해줄 수 있는 안정적인 4,5선발로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한화가 거액을 투자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전반기 엄상백의 성적은 냉정히 실망스러웠다. 15경기에서 1승6패 평균자책점 6.33. 15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가 2번 뿐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지난 5월 중순 2주간 2군에 내려가 재조정 시간을 갖고 다시 콜업됐지만, 그후로도 승리는 없었고, 6월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 2실점(패전)을 기록한 것이 최고의 투구 내용이었다. 5이닝을 채우기도 버거웠다.
전반기 막판 중요했던 맞대결이 이어질때도 엄상백은 4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내려왔다. 지난 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3⅔이닝 3실점, 9일 KIA전에서 3⅓이닝 3실점. 한화가 전반기 막판 6연승을 달리면서 단독 선두를 더욱 굳혔지만, 우승 도전을 향한 마지막 고민이 바로 엄상백이다.
김경문 감독도 후반기 기용법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김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전, 엄상백의 등판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상백이가 자신감을 가진다면 팀에 힘이 더 생길거고, 후반기에 더 힘을 낼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격려를 하면서도 "그동안 상백이 뒤에 (황)준서가 기다렸다면, 후반기에 고민은 있다"고 이야기 했다.
올 시즌 보여주는 모습만 놓고 보면, 2년차 황준서가 더 안정적인 선발 투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황준서는 9일 엄상백이 조기 강판을 당한 바로 다음날, 10일 KIA전에 등판해 6⅓이닝 1실점으로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김경문 감독이 후반기 황준서 카드를 로테이션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엄상백은 불펜 혹은 조금 더 긴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등의 기용 변화가 가능하다. 다만, 78억원의 거금을 투자한 FA 투수를 계약 첫 해에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이래저래 걸리는 게 사실이다. 우승에 도전하는 한화의 마지막 고민. 페넌트레이스 후반기 활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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