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해외 팀에 가서 뛸 때 내 이름을 빨리 외워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국가대표 수비수' 권경원(33·FC안양)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그라운드에서의 무게감은 물론이고 경기장 밖에서의 세심함도 빛났다.
권경원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안양의 유니폼을 입었다. 안양의 '승부수'였다. 안양은 수비진 일부가 부상으로 이탈해 어려움을 겪었다. 수비 라인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권경원은 입증된 수비수다. 그는 전북 현대, 김천 상무, 성남FC, 수원FC 등에서 활약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등 해외 리그에서 뛰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나서기도 했다. 권경원의 합류는 구단의 의지를 나타내는 메시지기도 했다. 승격팀 안양은 '베테랑' 김보경 등 일부를 제외하곤 이름값에서 크게 밀린다. 안양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현역 국가대표를 영입했다. 안양 구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안양이 K리그1 무대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는 적중했다. 권경원은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홈경기에서 안양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전반 막판 대구 수비수 카이오와 볼 경합 과정에서 왼쪽 눈두덩이(눈과 눈썹 사이)를 다쳤다. 의료진이 긴급 투입됐다. 권경원은 붕대를 둘둘 감은 채 경기를 소화했다. 권경원의 투혼 속 안양은 4대0으로 이겼다. 안양은 4월 6일 강원FC전(2대0 승) 이후 100여일 만에 '클린 시트(무실점)'를 기록했다.
경기 뒤 권경원은 "이렇게 좋은 경기장에서 좋은 팬과 데뷔전을 치를 수 있어서 대단히 좋았다. 오래오래 뛰고 싶다"며 "대구 선수가 퇴장당해서 그 덕에 무실점 가능성이 올라간 것 같다. 공격수 김운이 저렇게 열심히 뛰는 선수인줄 몰랐는데 열심히 뛰어준 덕에 무실점한 것 같다. 모든 선수가 다 같이 뛰어야 한다. 누구 한 명이 슈퍼스타가 아니다. 다 같이 뛴다면 잔류에 힘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경원 합류에 유병훈 안양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유 감독은 "수비에서의 안정감, 리더십을 더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다. 안양에서도 그런 부분을 충분히 발휘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아직 팀과 더 맞춰야 하지만 소통을 통해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경원이 합류 당시 (기존) 선수들 이름을 다 외워왔다"고 했다. 권경원은 "해외 팀에 가서 뛸 때 내 이름을 빨리 외워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서, 나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며 "내가 국내외 선수들과 더욱 신뢰하는 상황이 돼야 플레이가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웃었다.
현역 국가대표의 합류에 선수단도 고무됐다. 김보경은 권경원을 향해 "팀에 도움 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후배들은 권경원을 향해 질문세례를 하고 있다. 권경원은 "수비수들은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축구는 답이 없다. 그냥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에 가기 위해 안양을 왔다기보다 조금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팀을 찾았다. 그 중에 안양과 접촉이 됐다. 안양이라면 내가 선택해도 문제 없겠다고 생각해서 오게됐다. 내년의 일을 생각해서 지금 온 것은 아니다. 너무 가고 싶다. 좋은 몸상태로 준비하면 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안양은 26일 수원FC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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