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3연승을 질주하며 부산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롯데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주말시리즈 1차전에서 양쪽 필승조가 총동원된 혈투 끝에 7대4로 승리했다.
이로써 롯데는 51승째(3무42패)를 기록, 2위 LG 트윈스와 1위 한화 이글스를 향한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전반기 막판부터 부진하며 3개 시리즈 연속 루징을 기록했지만, 주말 키움전 2승1패 위닝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데 이어 KIA전 1차전까지 잡아내며 3연승의 흐름을 탔다.
반면 KIA는 주중 LG와의 3연전에서 혈투 끝에 3연패한 후유증이 만만찮다. 이날까지 4연패하며 5강권 벼랑끝을 간신히 지켰다. 이범호 KIA 감독의 표현처럼 "치고 나가야할 타이밍에 그러질 못하니 오히려 밀리고 분위기가 꺾이는 느낌"이다.
이날 롯데는 황성빈(중견수) 고승민(1루) 레이예스(지명타자) 전준우(좌익수) 윤동희(우익수) 손호영(3루) 한태양(2루) 박승욱(유격수) 정보근(포수) 라인업으로 임했다. 선발은 데이비슨.
KIA는 박찬호(유격수) 오선우(좌익수) 위즈덤(3루) 최형우(지명타자) 나성범(우익수) 변우혁(1루) 김호령(중견수) 김태군(포수) 박민(2루)로 맞섰다. 선발은 김건국.
경기전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전날 황성빈의 합의되지 않은 기습번트 자세로 3루주자 손호영이 아웃될 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러면 안된다. 번트 댈거면 확실하게 대주고, 3루주자와 확실한 교감이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상무에서 타자로 나서 적시타까지 친 전미르에 대해서는 "2군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보는 모양"이라며 언짢은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LG전 3연패에 대해 "이길 수 있었던 경기들을 놓쳤다"며 아쉬워하는 한편, 김도영과 올러 등 팀의 주축을 이루는 부상선수들의 복귀가 가까워진 데 대해서는 안도감을 드러냈다.
예상과 달리 경기 초반 치열한 투수전이 전개됐다. 3회까지 양팀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0의 행진이 이어졌다. 롯데는 2회말 2사 1루에서 한태양의 우전안타가 터졌지만, 송구가 살짝 빠진 사이 오버런을 했던 한태양이 아웃된 것이 아쉬웠다.
흐름이 바뀐 것은 4회초였다. KIA 선두타자 위즈덤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볼카운트 1B1S에서 가운데 높은 코스로 몰린 데이비슨의 146㎞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맞는 순간 넘어갔음을 알 수 있는 시원한 한방이었다. 비거리는 120m.위즈덤의 시즌 22호 홈런포다.
KIA는 다음 타자 최형우의 안타로 흐름을 이어갔지만, 나성범이 삼진으로 물러난 데 이어 변우혁 김호령도 차례로 범타에 그쳤다.
4회말에는 롯데의 반격이 이뤄졌다. 1사 후 전준우가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윤동희가 볼카운트 1B0S에서 김건국의 한가운데 141㎞ 컷패스트볼을 통타해 좌측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시즌 5호.
발사각은 21.5도로 낮았지만, 타구 속도가 171.4㎞에 달했다. 앗 하는 순간 KIA 좌익수 오선우는 그 자리에 멈춰설 정도로 매서운 홈런이었다.
롯데에겐 행운도 따랐다. 다음타자 손호영이 2루타를 쳤고, 한태양의 2루쪽 깊은 내야안타가 이어졌다. KIA 2루수 박민은 온몸을 던진 다이빙캐치로 공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송구 동작에서 공을 떨어뜨렸다. 그 사이 손호영이 홈까지 파고들며 3-1로 차이를 벌렸다.
하지만 롯데는 5회초 2사 1루에서 KIA 오선우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했다, 볼카운트 0B1S에서 데이비슨의 143㎞ 밋밋한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들어갔고, 오선우는 사직구장을 쪼개듯 한복판 담장을 넘겼다.
위즈덤 최형우의 연속 안타로 2사 1,3루를 이어갔지만, 나성범이 범타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KIA는 5회말 김대유, 롯데는 6회초 정철원을 시작으로 불펜을 가동했다. KIA는 성영탁 최지민 조상우, 롯데는 최준용 홍민기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총동원된 총력전이었다.
롯데는 6회말 윤동희-손호영-한태양의 3연속 안타로 1점, 이어 대타 유강남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며 5-3을 만들었다. 이어 황성빈이 우익선상 2루타를 치며 2사 2,3루 찬스를 잡았지만, 고승민이 아쉽게 범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황성빈은 7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박찬호의 중견수 쪽 직선타를 어이없이 떨어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2사 주자없는 상황이 돼야할 이닝이 순식간에 1사 2루가 됐다. 대노한 김태형 감독은 즉각 중견수를 김동혁으로 교체했고, 황성빈은 코끼리 에어컨을 때리며 분을 삭였다.
다음타자 오선우의 타구가 투수 맞고 내야안타가 되며 1사 1,3루, 이어 위즈덤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됐다. 타석에 최형우가 들어서자 롯데는 아껴뒀던 홍민기 카드를 꺼냈다. 홍민기는 최형우를 중견수 희생플라이, 나성범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1점차 리드를 지켰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 위기 뒤에는 찬스가 온다. 롯데는 레이예스와 전준우가 잇따라 빗맞은 안타로 출루했고, 윤동희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손호영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이날의 히어로 한태양이 2타점 적시타를 치며 7-4로 차이를 벌렸다.
홍민기도 8회 KIA 첫 타자 변우혁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호령의 삼진에 이어 김태군을 643 병살타로 처리하며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롯데는 9회초 등판한 마무리 김원중이 KIA 타선을 실수없이 잘 막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