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결혼정보회사 직원의 고민 그린 로맨스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나이는 들어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줄어든다. 괜찮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이 들 때쯤, 항상 지나치던 결혼정보회사 광고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뉴욕의 직장인들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커플 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 분)의 노트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고객들의 명함이 그득하다.
중매가 사업이 된 이곳에서 고객들은 루시에게 재산과 연봉, 키, 나이 등 각종 희망 조건을 이야기한다.
"키 180㎝ 아래는 절대 안 돼요", "무조건 20대 여성만 소개해주세요" 등 노골적인 요구사항에 염증을 느낄 법도 하지만 루시는 이 일을 즐기고, 잘한다. 스스로도 미래의 배우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 '반드시 부자여야 할 것'.
영화 '머티리얼리스트'는 커플 매니저로 일하는 루시가 완벽한 조건의 남자와 가진 것 없는 전 남자친구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2024)로 이름을 알린 셀린 송 감독의 신작 로맨스 영화다.
부자 남편만을 원하던 루시 앞에 재산과 연봉은 물론이고 외모와 키, 머리숱까지 완벽한 남자 해리(페드로 파스칼)가 나타난다. 심지어 루시에게 한없이 다정한 '직진남'이다.
160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남자, '꿈의 휴가지' 아이슬란드에 선뜻 데려가 주겠다고 하는 남자, 몸에 꼭 맞는 정장같이 근사한 남자.
하지만 그 순간 루시는 우연히 전 남자친구 존(크리스 에반스)을 마주친다. 서로 뜨겁게 사랑했지만, 가난에 지쳐 헤어졌던 사이다.
좁고 시끄러운 집에서 룸메이트들과 부대끼며 사는 남자, 기념일에도 주차비 하나에 예민해져 싸우게 되던 남자, 익숙한 냄새가 나는 남자, 소매를 접어 올린 셔츠같이 편안한 남자.
루시는 선택을 주저한다.
'머티리얼리스트'는 관람 후 무수한 대화를 시작하게 해 준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조건과 사랑 중 무엇이 우선인지, 내가 루시였다면 어느 쪽을 선택했을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사랑을 찾는 일이 가능할지 같은 얘기다.
물론 해리 같이 완벽한 남자가 과연 세상에 있을까 싶고, 존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사랑을 지켜내는 남자도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유니콘'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사랑과 현실이라는 주제는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법한 고민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8월 8일 개봉.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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