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꿈꿨지만, 돌아온 건 가압류와 파산이었다.
전직 프리미어리거들이 재정 투자로 수천만파운드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는 3일(한국시각) '축구계의 재정적 굴욕:V11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들을 소개했다.
V11은 1990~2000년대에 킹스브리지 자산관리에 투자했던 11명의 대표적 선수를 칭하는 명칭이다. 이 V11의 일원이었던 대니 머피는 잘못된 투자 조언으로 500만파운드(약 93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머피 외에도 최대 200명이 손실을 입었고, 일부는 부동산 가압류 또는 파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맥키, 케빈 맥메나민이 설립한 킹스브리지 자산관리는 수많은 선수들을 고객으로 둔 투자 자문사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공격수 브라이언 딘을 비롯해 수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삶을 위해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었던 하워드 윌킨슨도 킹스브리지를 지지하는 글을 남기는 등 선수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킹스브리지의 고객은 점점 늘어갔다.
킹스브리지는 1997년 영국 재무부가 영화 산업 진흥을 위해 투자금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를 도입하자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일부 선수들에겐 스페인의 아파트를 매입하라는 권유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BBC는 '스페인의 아파트는 맥키, 맥메나민의 소유였으며, 가격을 지나치게 부풀려 고객들에게 구매를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킹스브리지의 권유를 받아 플로리다 샬럿 하버 개발에 투자했던 에버턴 수비수 출신 크레이그 쇼트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부동산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투자했는데 (원리금 상환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영국 정부가 영화 산업 투자금 세금 감면 조치가 금융 상품으로 변질된 것을 이유로 세금 징수에 나서자 수많은 선수들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맥키와 맥메나민은 BBC를 통해 '우리는 언제나 성의를 다해 조언했고, 투자 위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며 '고객 손실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지만, 영국 정부 정책 변화와 2008년 세계 부동산 시장 붕괴가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8년 런던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으나, 2년 간의 수사 뒤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파산한 선수들의 삶은 불행의 연속. 풀럼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숀 데이비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금 고지서가 날아 들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술을 마실 때 가장 행복하지만, 다음 날 아침 깨어날 때가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옥스포드 유나이티드 수석코치인 크레이그 쇼트는 "훈련장에 집행관들이 나타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파산 신청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BBC는 '이들 중 일부는 범죄 피해로 인한 세금 부과 면제 법률 입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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