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울컥하네요."
우승 포수 타이틀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FA 거액 계약도 마찬가지다. 그 영광을 모두 누렸던 선수인데, 결승타 한 번 쳤다고 감정이 북받쳤다. 무슨 사연이었을까.
NC 다이노스는 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9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1회 임시 선발 김태경이 무너지며 4점을 줬는데, 가을야구 진출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집념으로 일궈낸 대역전승이었다.
이날의 히어로는 베테랑 박세혁이었다. 1회 주전 김형준이 포구를 하다 손목에 공을 맞고 긴급 교체됐다. 갑자기 교체가 돼 들어온 박세혁인데 2회 첫 타석에서 고영표를 상대로 5개 연속 커트를 해내는 끈질긴 승부 끝에 사구로 출루했다. 이 사구가 2회 소중한 추격점의 시작이 됐고, 결국 NC가 경기를 뒤집는 원동력이 됐다. 박세혁은 5회 경기를 뒤집는 결승타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1S 불리한 상황에서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낮게 잘 떨어졌는데, 욕심내지 않고 밀어쳐 천금의 안타로 만들어냈다. 두산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박건우는 박세혁의 결승 타점을 만들어주기 위해 2루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홈까지 뛰었다. 박세혁은 "그게 팀워크"라며 박건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박세혁에게 올시즌은 지우고 싶은 한 해일 수 있다. 2023 시즌을 앞두고 NC와 46억원 계약을 하며 화려한 시작을 하는가 했지만, 신예 김형준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6월 중순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안중열이 백업으로 좋은 역할을 해 박세혁이 올라올 자리가 없었다. 거의 두 달을 2군에 있었다. 8월 중순에야 겨우 콜업 기회를 받았는데, 올시즌 박세혁은 40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2016년 이후 최소 경기다.
하지만 야구에서 베테랑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박세혁의 끈질긴 커트가 KT와 고영표를 흔들었다. 박세혁은 "2군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30홈런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팀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베테랑으로 나가면 팀에 어떻게라도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타석은 삼진을 먹더라도 끈질기게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림수도 마찬가지. 박세혁은 결승타 장면에 대해 "고영표 선수가 사실상 마지막 이닝이었다. 힘이 떨어질 시점이니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어렵게 승부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타석에 들어갔다. 노리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세혁은 힘들었을 2군 생활에 대해 "이렇게 팬들의 함성이 있는 1군 무대에서 다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말하고 싶은 건, 2군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는 것이다. 어린 후배들이 '선배님, 저 학생 때 선배님 팬이었습니다. 선배님 야구하는 걸 보며 열심히 했습니다' 이렇게 얘기해주는데, 이런 말 한 마디가 내가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더라. 내 자존감을 높여줬다. 그래서 2군 후배들에게, 또 코칭스태프와 직원분들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세혁은 이어 "조금 울컥한다. 사실 프로 데뷔 후 계속 주전으로 뛰었고, FA 계약도 했다. 선수 생활을 하며 이렇게 2군에 오래 있은 적이 없었는데, 이 시간이 앞으로 야구를 하며 나에게 큰 자산으로 남을 것 같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야구를 언제까지 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후회 없이, 팀을 위해 간절하게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선수의 2군행과 1군 복귀는 감독이 결정하는 것. 이호준 감독이 원망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세혁은 "절대 원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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