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진짜 이러다 '비(非) 스트라이커 득점왕'이 탄생하게 되는 걸까.
스플릿으로 향하는 K리그1, 윗물과 아랫물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득점왕 레이스에서도 다시 간격이 생겼다. 전진우(전북 현대)가 울산 HD와의 28라운드에서 득점을 추가하면서 시즌 14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싸박(수원FC·12골)과 콤파뇨(전북), 이호재(포항·이상 11골)가 득점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전진우가 간격을 벌리는 데 성공했다. 스플릿 포함 10경기가 남은 만큼 득점왕 경쟁이 요동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꾸준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전진우가 상단에서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비스트라이커 득점왕 탄생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K리그에서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건 단 한 번 뿐이다. 2014년 수원 삼성에서 처진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던 산토스가 주인공. 산토스는 2014 K리그1에서 기록하면서 당시 리그 최고의 토종-외국인 공격수로 꼽히던 이동국, 스테보(이상 13골)를 제치고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다.
이 한 번을 제외하면 K리그1 득점왕 타이틀은 스트라이커의 전유물이었다. 데얀(2013년·19골), 김신욱(2015년·18골), 정조국(2016년·17골), 조나탄(2017년·22골), 말컹(2018년·26골), 타가트(2019년·20골), 주니오(2020년·26골), 주민규(2021년·22골), 조규성(2022년·17골), 주민규(2023년·17골), 무고사(2024년·15골) 등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들이 득점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주민규가 리그 승강제 시행 후 유일하게 두 번이나 득점왕 타이틀을 가져간 게 눈에 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7차례 득점왕에 오른 반면, 토종 선수는 4명(주민규 복수 수상)에 그쳤을 만큼, 쉽지 않은 자리였다.
승강제 시행 전 비스트라이커 득점왕은 몇 차례 나온 바 있다. 2004년 당시 전남 드래곤즈 소속이던 모따가 14골로 득점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1998년엔 울산 현대에서 뛰던 '원조 멀티 플레이어' 고 유상철이 14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1996년에도 성남 일화 소속이었던 신태용이 18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주목 받았다. 이들 외에도 K리그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득점왕이 스트라이커만의 전유물이 아님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럼에도 득점왕은 여전히 스트라이커들에게 좀 더 가까워 보이는 게 사실. 세분화된 포지션이 점처 파괴되는 추세 속에서도 최전방에서 피지컬, 기량 우위를 토대로 강력한 한 방을 터뜨리는 스트라이커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에도 싸박이나 말컹처럼 일단 감을 잡으면 무섭게 페이스를 올리는 경우도 잦은 게 스트라이커다. 비스트라이커 출신 득점왕이 나오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이다. 앞선 득점왕 계보를 돌아봐도 비스트라이커 출신 득점왕이 나온 건 11년 전이다. 토종 선수로만 따지면 27년 전의 이야기다.
물론 갈 길은 멀다. 피로누적, 부상 등 변수의 파도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유럽행 제의를 뿌리치고 전북의 우승에 올인한 전진우의 의지, 최근 페이스라면 득점왕 등극은 '헛된 꿈'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과연 전진우가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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