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불펜 투수가 무너졌다.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1루수의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신인왕 후보인 상대팀 타자에게 쐐기 투런포까지 얻어맞았다.
'오늘 경기는 글렀네'라는 생각이 들 즈음, 3루쪽 LG 응원단장의 한 마디 "괜찮아요. 이제 역전합니다."
왠지 허투루 들리지 않았던 그 예언이 그대로 현실이 됐다. LG 트윈스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난타전 끝에 KT 위즈를 10대8로 이겼다. 2연승을 달린 1위 LG는 이날 경기가 없었던 한화 이글스를 5.5경기 차로 따돌렸다. 정규리그 우승 매직 넘버는 '13'으로 줄었다.
4일 수원 KT위즈파크. KT의 대체 선발 문용익의 호투에 고전하던 LG가 4회초 첫 기회를 잡았다. 김현수의 2루타와 오지환의 우전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든 직후, 손가락 통증을 호소한 문용익이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이어 등판한 주권이 박동원을 6-4-3 병살타로 처리했지만, 그 사이 3루 주자 김현수가 홈을 밟으며 1-0으로 앞섰다.
5회말 KT가 호투하던 송승기를 무너뜨렸다. 장성우의 솔로포와 강백호, 허경민의 적시타로 3-1 역전에 성공했다.
6회초 LG가 다시 따라붙었다. 1사 후 김현수의 안타에 이어 오지환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3-3 동점.
6회말 LG 벤치는 송승기를 내리고 장현식을 투입했지만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첫 타자 안현민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하더니, 장성우에게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무사 1, 2루에서 황재균을 1루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믿고보는 1루수 오스틴이 어이없는 2루 송구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병살이 돼야할 상황에서 1점을 내주며 무사 2, 3루가 됐다. 포수 박동원이 황급히 마운드로 올라갔지만, 장현식의 멘탈은 이미 무너졌다. 대타 이정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후 곧바로 김진성과 교체됐다.
KT는 김상수의 희생플라이와 이호연의 1타점 2루타로 2점을 더 뽑으며 6-3으로 달아났다.
포기를 모르는 LG가 또 따라갔다. 7회초 박해민의 안타와 문성주의 적시타로 1점을 뽑더니, 오스틴의 2루타에 이은 문보경의 1루 땅볼로 3루주자 문성주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6-5로 추격했다.
그러나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정용이 '괴물' 안현민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투런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KT 벤치와 응원석이 후끈 달아올랐다. 분위기도 완전히 KT쪽으로 넘어간 듯했다.
LG가 포기했을까? 아니다. 8회초 LG 선두타자 오지환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하며 죽어가던 불씨를 살려냈다. 이어 박동원의 2루타로 무사 2, 3루가 됐다. 대타 박관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았다.
KT 벤치가 박해민 타석 볼카운트 0B2S에서 '국대' 마무리 박영현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박해민에 이어 신민재까지 볼넷으로 출루하며 만루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타석에 선 문성주. 이미 이날 2안타를 친 문성주가 박영현의 2구째 체인지업을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결승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비거리 115m, 개인 통산 두 번째 만루포였다.
포기를 모르는 쌍둥이들의 집중력에 마법사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요즘 LG 야구는 좀비보다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