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난 원래 팀을 도울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하성이 왜 아시아 내야수 최초 역사를 썼는지 단 2경기 만에 증명해 보였다. 지난해 어깨 부상 이후 김하성을 향한 냉혹한 평가를 했던 미국 언론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김하성은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 7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려 5-1 승리를 이끌었다. 0-1로 뒤진 7회초 2사 1, 3루 기회에서 좌중월 3점포를 터트렸다. 이적 첫 홈런이자 시즌 3호포였다.
애틀랜타의 2026년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그만큼 올해 애틀랜타는 유격수들이 고전해 애를 먹었던 팀이다. 김하성의 홈런은 올 시즌 애틀랜타 유격수가 친 첫 홈런이었다. 또 3타점 이상, 타구 속도 108마일(약 174㎞) 이상을 기록한 올 시즌 첫 애틀랜타 유격수이기도 했다.
애틀랜타는 지난 2일 웨이버 클레임으로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김하성을 데려왔다. 애틀랜타는 김하성을 영입하자마자 주전 유격수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스몰마켓팀인 탬파베이는 몸값은 팀 내 최고인데 종아리, 허리 등 잔부상으로 자꾸 이탈하는 김하성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고 마침 애틀랜타가 원해 바로 넘기는 모양새가 됐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왜 애틀랜타가 부상 여파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유격수에게 1800만 달러(약 250억원)짜리 도박을 했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김하성은 이적 후 2경기 만에 눈에 보이는 성과로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애틀랜타는 24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김하성을 영입해 200만 달러(약 27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김하성 연봉 1300만 달러(약 181억원)의 일부만 지급하는 것. 김하성은 2026년 1600만 달러(약 222억원)짜리 옵션을 실행할 수 있는데, 애틀랜타는 김하성이 원하면 수용해야 한다. 그래서 총 1800만 달러의 위험을 감수한 도박이라고 표현한 것.
김하성은 올해 여러모로 꼬였던 아쉬움을 날리는 홈런을 날린 뒤 디애슬레틱에 "기분 좋았다. 나는 원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해내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약 389억원) 보장 계약에 합의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지난해까지 샌디에이고에서 4시즌을 뛰면서 540경기, 타율 0.242(1725타수 418안타), 47홈런, 200타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서 가치를 올렸고, 지난해 어깨 수술 전까지는 1억 달러(약 1390억원) 이상 대형 FA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하성은 부상 탓에 탬파베이와 2년 2900만 달러(약 403억원) 계약에 사인하면서 올 시즌 뒤 옵트아웃 조항을 넣었다. FA 재수를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탬파베이에서 계획보다 늦은 7월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했고, 잔부상 탓에 24경기 타율 0.214(84타수 18안타), 2홈런, 5타점, OPS 0.612에 그치면서 FA 재수 계획이 꼬였다.
애틀랜타는 김하성이 FA 재수 대신 애틀랜타 잔류를 선택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제 단 2경기에 불과하지만, 김하성이 건강했을 때 보여줬던 에너지를 내년에도 주전 유격수로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애틀랜타가 왜 다음 시즌 FA 자격을 얻지 않고 팀에 남길 원하는지 이미 보여줬다. 김하성은 2023년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지만, 다른 포지션보다 유격수로 많이 뛰었던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틀랜타는 김하성이 허리 통증으로 2차례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단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4, OPS 0.612를 기록한 과거를 지켜봤지만, 대신 그들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출루율 0.336, OPS 0.721, OPS+ 103을 기록한 것에 더 주목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시절 어깨 수술 전까지 162경기마다 평균 15홈런을 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하성은 어깨 수술을 회복하고 빨리 그라운드로 복귀한 여파가 허리 통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고,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김하성은 "나는 내가 건강만 하다면 계속해서 이런 활약을 늘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애틀랜타 1루수 맷 올슨은 "우리는 김하성이 어떤 선수인지 알 정도로 충분히 그를 상대해 봤고, 그는 그런 선수다. 그는 항상 좋은 타격을 하는 것 같고, 탄탄한 수비 능력에 도루도 할 수 있다. 그는 정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오늘 밤(4일)은 우리를 위해 큰 한 방을 날리기도 했다"며 엄지를 들었다.
올슨은 김하성이 부상 복귀 직후 결승포를 터트린 것과 관련해 "정말 미쳤다. 내가 똑같은 활약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기에 정말 인상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하성은 동료들의 이런 응원에 "팀에 왔을 때 동료들이 나를 반기는 느낌을 받았고, 농담을 던지면서 내가 편안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나를 품어줘서 정말 고맙다. 새로운 팀이지만, 동료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줬기에 이미 그들과 뛰어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남은 시즌 애틀랜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