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화 장면·대사 차용 "난 아침의 추방 냄새 사랑"
주지사·시장 즉각 반발…프리츠커 "美대통령이 美도시에 전쟁 위협"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장면과 대사를 차용, 군 병력을 동원해 시카고시를 상대로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면서 민주당 소속인 주지사와 시장이 강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치포칼립스 나우'(Chipocalypse Now)라는 제목의 합성 이미지를 게재했다.
치포칼립스 나우는 베트남전의 잔혹성을 고발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영문 원제 '아포칼립스 나우'(Apocalypse Now)와 '시카고'(Chicago)의 합성어로 추정된다.
해당 게시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화 속 명대사를 차용해 "나는 아침의 추방 냄새를 사랑한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문장에서 "시카고는 왜 그것이 전쟁부(department of WAR)라고 불리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미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명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국방부는 홈페이지 등에서 부서 명칭을 '전쟁부'로 적시했다.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로 추정되는 게시물 속 이미지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한 장면을 차용한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복 차림으로 선글라스와 미 기병대 모자를 쓴 채 시카고 도심을 배경으로 미시간호 위를 날아가는 군용 헬기를 바라보는 장면이 묘사됐다.
지옥의 묵시록에서 등장인물인 윌리엄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은 해변에서 안전한 서핑을 즐기기 위해 인근 마을을 헬기로 공격하도록 한 뒤 불에 타는 해변을 배경으로 한 채 미 기병대 모자를 쓴 채 "나는 아침의 네이팜탄 냄새를 사랑한다"라는 대사를 남긴 바 있다.
베트남전에 빗대 시카고에 군 투입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게시글에 JB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주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도시와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는 실력자(strongman)가 아니라 겁에 질린 자다"라며 "일리노이주는 독재자가 되려는 이에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 게시글에 "대통령의 위협은 우리나라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라며 "그러나 현실은 그가 우리 도시를 점령하고 헌법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고 시카고를 보호함으로써 우리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라고 썼다.
파장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카고와)전쟁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도시를 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시장이 재임 중인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주(州)방위군 병력을 투입해 이민자 단속 및 범죄 척결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는 민주당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지대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프리츠커 주지사와 존슨 시카고 시장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 '잠룡'으로 꼽히고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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