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멕시코전 후반 시작과 함께, '손세이셔널' 손흥민(33·LA FC)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18세였던 2010년 12월 시리아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데뷔한 손흥민의 136번째 A매치 경기였다. '레전드'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 현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남자 선수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공동 1위에 올랐다.
15년 동안 세번의 월드컵을 포함, 꾸준히 A매치를 소화한 끝에 이뤄낸 대기록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매년 9회 정도의 A매치를 소화한 셈이다. 해외에서만 뛰면서 만들어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독일 함부르크를 통해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손흥민은 이후 독일 레버쿠젠,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뛰었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손흥민은 부상만 없다면, 늘 대표팀에 합류했다. 왕복 비행거리가 30시간, 이동거리가 2만㎞에 달했지만, 불평을 늘어놓는 법이 없었다. 박지성 기성용 등 해외파들이 힘겨운 스케줄에 따른 부상으로 대표팀 조기 은퇴를 선언했지만, 손흥민은 타고난 체력과 근육, 그리고 남다른 성실함으로 모든 핸디캡을 극복해냈다. 그에게 대표팀은 가장 큰 영광이자 명예였다. 멕시코전이 그 결실이었다.
역사적인 날, 손흥민은 자축포까지 터뜨렸다. 손흥민은 이날 벤치에서 출발했다. 0-1로 끌려가자 홍명보 감독은 지체없이 후반전 시작과 함께 손흥민 카드를 꺼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던 미국전과 달리, 이번에는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위치는 상관없었다. 상대 압박에 막혀 경기를 풀지 못하던, 한국의 혈을 단 한방에 뚫었다. 후반 3분 날카로운 슈팅으로 발끝을 예열한 손흥민은 후반 20분 기어코 골맛을 봤다.
김문환(대전)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오현규(헹크)에 향했다. 상대 수비수 맞고 흐른 볼이 손흥민 앞에 떨어졌다. 손흥민은 지체없이 논스톱 왼발 슈팅을 때렸다. 엄청난 파워의 슈팅은 그대로 멕시코 골망을 흔들었다. 볼이 정면으로 왔지만, 상대 골키퍼가 전혀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볼이었다. A매치 53번째 골이었다. 차범근 감독(58골)의 역대 A매치 최다골 기록에 5골차로 다가섰다. 손흥민은 이후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를 바꾸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 미국전에서 1골-1도움을 올린데 이어, 이날도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변함없는 대표팀의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미국 이적은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는 모습이다. 손흥민은 올 여름 10년간 뛰었던 토트넘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연봉 구애가 있었지만, 마지막 무대가 될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위해 미국행을 선택이었다. MLS 4경기에서 1골-1도움, 두차례 '이주의 팀' 선정 등 맹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국제 무대에서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그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비겨서 아쉽지만,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경기였다"며 "이런 강팀을 상대로 2-1 앞서가는 경기를 한다면, 팀적으로 다같이 커버를 해서 승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보다 올해 확실히 좋아졌다. 아픈 부분도 회복해 내 원래 컨디션을 찾았다. 무엇보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단 한순간도 대표팀 경기 출전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경기 때 이야기했듯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항상 좋은 컨디션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은 부상만 없다면, 다음달 10일 예정된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대한민국 A매치 최다 출전 단독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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