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제일 후회하는 게 지명받고 좋아서, 운동을 하긴 했는데 고등학교 때만큼 엄청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KIA 타이거즈 신인 투수 김태형은 올해 프로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 덕수고 에이스 출신 김태형은 202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KBO 통산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KIA가 선택한 1라운드 신인이라는 사실이 기뻐 그 순간을 너무 즐겼던 나머지 비시즌 준비에 소홀했다.
본인은 '소홀했다'고 표현했지만, 경험 부족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프로에서 뛰려면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강도로 훈련해야 하는지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상태로 겨울을 보냈다. 구단의 도움은 있지만, 완성도는 결국 선수가 결정한다. 김태형 스스로 부딪히며 깨달아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은 김태형 스스로도 충격적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던지던 투수가 프로에 와서 구속이 시속 14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투수고, 기교파도 아니니 변화구 제구력이 떨어지는데 주무기인 직구의 구속마저 떨어지니 바로 1군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없었다.
김태형이 1군에서 비로소 자기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9월이 시작되고 나서다. 지난 11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 선발투수 김도현이 팔꿈치 염증으로 2이닝 만에 조기 강판된 가운데 구원 등판한 김태형은 4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 152㎞, 평균 구속 148㎞를 기록했다. 2군에서 36일 동안 재정비하고 돌아오자마자 낸 성과였다.
김태형은 16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또 4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날도 직구 최고 구속은 152㎞까지 나왔다.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로 한화 타자들을 속이기는 쉽지 않았는데, 힘이 있는 직구로 윽박지르니 원하는 성과를 냈다. 비록 팀이 1대11로 대패해 프로 첫 패배를 떠안았지만, 김태형은 내년 KIA 마운드를 더 풍성하게 할 기대감을 심어줬다.
KIA는 17일 진행한 '2026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신인 9명을 지명했다. 지난해 12월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필승조 조승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현금 10억원과 1, 4라운드 신인 지명권 2장을 넘겨 정상적으로 지명한 다른 팀보다 2명이 적다.
김태형은 자신의 뼈아픈 실패를 후배들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진심을 담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태형은 "제일 후회하는 게 프로 지명받고 좋아서, 운동을 하긴 했는데 고등학교 때만큼 엄청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시즌 초부터 좋은 기량을 못 보여준 것 같다. 지금 지명받아서 좋은 기분은 조금만 갖고, 바로 운동을 열심히 마무리캠프 때부터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나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되돌아보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쉬엄쉬엄했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KIA는 2라운드 광남고BC 투수 김현수, 3라운드 휘문고 외야수 김민규, 5라운드 청담고 투수 정찬화, 6라운드 제물포고 투수 지현, 7라운드 덕수고 내야수 박종혁, 8라운드 아산BC 투수 최유찬, 9라운드 인천고 내야수 한준희, 10라운드 송원대 투수 김상범, 11라운드 광주동성고 포수 이도훈을 지명했다.
김성호 KIA 스카우트 그룹장은 "투수는 체계적인 육성을 통해 향후 불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위주로 지명했다. 야수는 좋은 수비력을 갖춘 선수를 우선으로 고려했다"며 "오늘(17일) 지명된 선수들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며 좋은 프로 선수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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