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니, 140km 평범한 공을 왜 건드리지도 못하는 거야.
최근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를 꼽으라면 여러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름이 오르내릴텐데, 주저없이 꼽을 수 있는 복병이 있다. 바로 키움 히어로즈 투수 오석주다.
키움 팬이 아니거나, 야구를 매일같이 보는 팬이 아니라면 누군지 잘 모를 수도 있는 생소한 이름. 2017년 제주고를 졸업하고 LG 트윈스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LG에서 무명 생활을 거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2차드래프트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선발 후보로 한 때 주목받기도 했지만, 17경기 평균자책점 11.12라는 참혹힌 기록만 남겼다.
하지만 최근 기세는 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페이스로 쭉 가면 9월 MVP도 노려볼만한 엄청난 행보다.
오석주는 17일 두산 베어스전 8회 등판, ⅔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다. 윤석원이 만든 1사 1루 위기서, 박지훈을 삼진 처리하고 대타 김인태에 볼넷을 내줬지만 안재석을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4경기 연속 홀드이자 시즌 7번째 홀드.
엄청난 건 이날 투구로 무려 18경기 연속 실점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는 점이다. 7월 들어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18경기 21이닝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참고로 연속 경기 무실점 기록은 2020 시즌부터 2021 시즌에 걸쳐 삼성 라이온즈 임현준이 기록했던 38경기다.
그런데 육안으로 보면 엄청난 공이 아니다. 전성기 시절 오승환(삼성), 지난해 김택연(두산)처럼 알고도 못 치는 '돌직구'가 아니다. 실제 17일 두산전 직구 최고구속은 142km. 평균 140km 정도를 던진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이것도 소폭 상승한 구속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변화구가 '팔색조' 수준도 아니다. 커브와 스플리터 딱 2개만 던진다. 그런데 내로라 하는 타자들도 꼼짝을 못한다.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먼저 소속팀 키움 얘기를 들어봤다. 키움 관계자는 "커브의 질이 달라졌다"고 총평했다. 이 관계자는 "주무기가 커브인데 전에는 존 안에 넣기만 급급했다. 지금은 헛스윙을 유도하는 공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커브가 높게 몰려 난타당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유인구로 잘 활용한다. 커브가 좋아지니 직구, 스플리터도 위력이 더해지는 케이스다. 원래 커브는 좋은 투수였고, 공을 던지는 감각도 좋은 스타일이었다. 최근 본인만의 투구 리듬을 찾은 데다, 결과도 좋으니 자신감도 붙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키움에만 물으면, 자기 팀 선수 '셀프 홍보'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오석주를 상대해본 A구단에도 물었다. 왜 못치는 건가. A구단 관계자 역시 포인트는 커브를 짚었다. 이 관계자는 "커브가 빠르게 떨어지는 게 아닌데, 회전수가 엄청나고 낙폭이 크다. 오석주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커브를 머리에 담고 들어가는데, 그 커브를 생각하면 직구 위력이 배가된다. 140km 직구여도 타자 눈에는 훨씬 빠르게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이터도 있다. 오석주의 커브 분당 평균 회전수(RPM)은 2900대에 달한다. 올시즌 커브를 150구 이상 던진 투수 중 삼성 좌완 이승현(3024 RPM)에 이어 2위. RPM으로는 우완으로 1위, 리그 최상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오석주가 잘하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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