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오요안나의 1주기를 맞아,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 정황과 방송사 프리랜서 고용 구조의 문제를 다시 고발했다.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는 지난 16일 '고 오요안나 1주기: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의 현실,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딸을 잃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현실"이라며 MBC 사옥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딸이 방송을 위해 준비했던 원피스와 구두를 버리지 못한다며, 생활고 속에서도 일을 지켜내려 했던 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어 유족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고인이 선배들로부터 폭언을 당한 정황이 담겨, 충격을 자아냈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선배들은 오요안나에게 "네가 얼마나 잘 났냐", "선배가 네 친구냐", "전화로 말싸움할래?"라며 몰아세웠고, 또 다른 선배는 "여긴 질이 안 좋다. 일진놀이하는 판이다. 장단 잘 맞춰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오요안나가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내가 그렇게 최악이냐고, 주변에 너무 건방지게 한다고 한다.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린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녹취록도 전해졌다.
특히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출연 이후에도 공격은 이어진 모양새다. "네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냐", "1년도 안 된 네가 왜 우리 대표냐"는 선배들의 비난에 고인은 큰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오요안나에게 "너 '유퀴즈'에서 말실수했니? 쉴드 불가다"라고 전한 메시지 캡처본도 함께 드러나다. 어머니는 "그날 저녁에도 전화가 와서 울었다"며 고통을 증언했다.
2021년부터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해온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향년 28세로 생을 마감했다. 유족은 선배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고인이 17장의 유서를 남기고, 정신과 상담을 10여 차례 받았다고 주장했다. 비보는 3개월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고, 올해 초 유서와 녹취가 공개되며 파장이 커졌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프리랜서라는 신분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유족은 "젊은 여성의 피와 뼈를 갈아 방송을 만든 현실"이라며 방송계 프리랜서 구조의 모순을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지난 15일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채용 형태의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기상캐스터 금채림, 이현승, 김가영은 검은 의상을 입고 예보 방송을 진행하며 동료의 1주기를 추모했다.
그러나 유족은 여전히 "기상캐스터의 정규직화를 요구해 단식까지 했는데, 오히려 고인의 동료들을 잘라내는 결정"이라고 반발하는가 하면, 1주기에 검은 의상을 입은 동료 기상캐스터들에게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고인을 추모하는가"라며 분노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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