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가을야구를 예고하던 젊은 에이스의 면모는 간데없다. 5강 싸움의 중요한 고비에 버팀목이 되긴 커녕 함께 무너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일 부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대15로 대패했다. 앞서 NC 다이노스를 18대2로 난타하며 캡틴 전준우의 복귀를 알린지 단 하루만의 일이다.
키움 선발투수 박정훈은 1회도 채 버티지 못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4사구 6개를 쏟아내며 무너졌다. 롯데 선두타자 황성빈 상대로 몸에맞는볼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도루 허용, 한태양에게 또 볼넷, 윤동희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냈지만 레이예스에게 또 볼넷에 포일까지 겹치며 선취점을 내줬다. 전준우-김민성-손호영에게 다시 3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밀어내기로 2점째. 특히 마지막 7개의 공이 모두 볼이었다.
키움은 박주성을 긴급 투입해 불을 껐고, 상대가 자멸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쐐기를 박지 못한 롯데 타선은 그대로 식어버렸다. 키움은 롯데 선발 감보아를 3⅓이닝 9안타 8실점(7자책)으로 두들기며 승부를 뒤집었다.
특히 1선발 감보아의 부진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게 문제다. 4년차 외인 반즈를 대신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감보아는 교체 직후 최고 158㎞ 직구를 앞세워 선발 6연승을 달리며 팀 상승세의 중심 역할을 했다. 특히 데뷔전 포함 첫 9경기중 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한 점도 인상깊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1승6패 평균자책점 4.18로 부진하며 위기의 팀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감보아의 이같은 흔들림은 예고된 면이 있다. 결국 내구성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
감보아는 미국 무대에서 7년간 뛰는 동안 단 한번도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선발 보직에만 전념했던 선수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선수 생활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해조차 88⅓이닝(2022년)에 불과했다.
한국으로 넘어올 당시 미국에서 이미 19⅓이닝을 던졌다. 그리고 올시즌 90이닝, 100이닝을 넘기면서부터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감보아가 생애 최다이닝을 돌파한 건 8월 12일 한화 이글스전(6이닝 2실점, 패배)이다. 이후 6경기에서 감보아는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07로 극악의 부진에 빠져있다.
특히 지난 10일 한화전 수비 실책이 쏟아지는 와중에 4이닝 8실점(3자책)을 기록한 그는 이후 팔꿈치 불편감을 호소해 로테이션을 한차례 건너뛰었다. 롯데 구단은 숨가쁜 순위 경쟁의 와중에도 에이스의 상태를 배려했다.
그리고 10일만에 등판한 키움전에서 다시 무너졌다. 그간 감보아는 "이닝수가 부족했던 건 불펜투수였기 때문일뿐, 잘 관리받고 있어 힘은 충분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생애 최대의 과부하를 좀처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감보아 뿐만 아니라 또다른 외인 벨라스케즈가 바닥을 넘어 지하실로 파고드는 부진을 겪고 있다. 불펜 강등 이후에도 부진을 거듭중이다. 이날 경기에도 2-11로 뒤진 6회 등판, 1이닝 동안 3안타 1볼넷을 묶어 3실점하며 김태형 감독을 한숨쉬게 했다. 벨라스케즈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이제 11.22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듀오의 부진은 한때 3위를 지키던 롯데가 12연패, 5연패를 잇따라 경험한 끝에 가을야구조차 밟지 못할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었다.
롯데는 3위 SSG 랜더스와 4경기 차이, 5위 KT 위즈와 1경기 차이로 6위다. 남은 경기는 이제 단 7경기 뿐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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