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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야수가 울부짖었다' 길고 고통스러웠던 재활→2G 연속골, 조규성의 감동적인 인간승리 드라마. 상탈 세리머니가 더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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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사진을 뚫고 마치 우렁찬 포효가 들려오는 듯 하다.

길고 고통스러웠던 부상의 터널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한 마리 '야수'가 온몸으로 뿜어내는 기쁨의 함성이다. 군살 하나 보이지 않는, 마치 대리석 조각과 같은 근육질 몸매는 그간 조규성(미트윌란)이 얼마나 독기를 품은 채 재활에 매달려왔는 지를 보여준다.

뼈를 깎는 노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값진 결실로 영글었다. '인간극장'에 소개될 법한 역경 극복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부상 때문에 잊혀질 뻔 했던 조규성이 '카타르월드컵 스타', '국대 골잡이'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복귀 이후 2경기 연속으로 골을 터트리며 한국 축구에 새로운 희망을 전했다.

조규성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덴마크 헤르닝 MCH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9라운드 비보르와의 더미 매치 때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1-0으로 앞서던 후반 추가시간에 승리를 굳히는 쐐기골을 터트렸다. 이날 승리로 미트윌란은 시즌 5승(3무1패)째를 달성하며 승점 18로 수페르리가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조규성의 이번 시즌 수페르리가 1호골이자 지난 18일 올보르BK를 상대로 치른 덴마크컵 3라운드에서 터트린 시즌 첫 골 이후 3일만에 터진 공식전 두 번째 골이었다.

과거 국가대표팀 시절 전세계 축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조규성의 동물적인 골 감각이 다시 재현됐다.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미트윌란의 스로인 공격 때였다. 음바두가 길게 던져넣었고, 주니오르 브루마도가 박스 중앙에서 슛을 날렸다. 비보르 골키퍼가 막아내자 골문 앞에 서 있던 조규성이 즉각적으로 왼발로 밀어넣었다. 정확한 위치선정과 날카로운 반사신경으로 골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이 골은 조규성이 길고 고통스러웠던 재활에서 완전히 회복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MCH아레나를 가득 메운 홈 관중도 조규성의 부활포에 환호성을 보냈다.

조규성은 지난 18일 덴마크컵에서 무려 493일만에 골을 터트렸다. 약 1년 4개월 동안 골 공백이 있던 이유는 무릎 부상과 수술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술 합병증으로 재활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조규성은 지난해 5월 12일 오르후스전에서 골을 넣은 뒤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자체는 그렇게 심각한 게 아니었다. 원래부터 갖고 있던 부상이었다. 조규성은 지난 8월에 공개된 대한축구협회(KFA)와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무릎 부상은 아시안컵을 앞둔 2023년 12월에 처음 생겼다. 무릎 반월상 연골(매니스커스) 절제술을 받아야 했는데, 구단과 결정끝에 시즌을 마치고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진행한 수술 자체는 잘 됐다. 문제는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재활 과정에서 발생했다. 수술 부위에 세균 감염이 일어나면서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세균감염 합병증으로 재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있는 과정에서 무려 몸무게가 12㎏이나 빠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시 그라운드에 성공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 알 수 없었다. 조규성은 "하루에 진통제를 서너 번씩 맞았고, 밤에 잠도 잘 못잤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겪으며 '꽃미남' 스트라이커의 눈빛은 강한 독기로 차올랐다. 조규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7월 프리시즌 훈련부터 복귀해 길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이겨냈음을 알렸다. 그리고 연달아 골을 터트리며 여전한 골감각까지 과시했다.

조규성은 비보르전 골을 넣은 뒤 상의를 벗어던졌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군살이 하나 없는 순수 근육으로만 이뤄진 몸매다. 체지방률이 10% 이하 일때만 볼 수 있는 근육결의 갈라짐까지 나타났다. 조규성이 그라운드에 돌아오기 위해 얼마나 독하게 훈련했는 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어진 포효. 입이 아닌 온몸으로 내지른 함성은 마치 '지옥에서 돌아왔다'는 뜻을 담은 듯 하다. 조규성의 성공적인 복귀는 미트윌란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큰 호재다. 내년에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호는 한창 주전 경쟁으로 옥석을 가리고 있다. 조규성이 가세한다면 경쟁의 질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