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자부심 있습니다."
올 시즌 김종수는 60경기에 출전했다. 60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30으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4승5패 4홀드로 포인트를 많이 챙기지 못했다.
이길 때나 질 때나 김종수는 마운드에 올랐다. 점수가 크게 앞설 때 상대의 의지를 꺾거나, 지고 있을 때 추격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것이 김종수의 역할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팀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위치다.
김종수 역시 자신의 보직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고 있다. 그는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역할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접전 상황에서 필승조가 많이 나오니 또 내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승조와 달리 등판 시점을 예상할 수 없다. 그만큼, 항상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김종수는 "중간투수는 항상 100%는 아니더라도 몸을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던지기 직전 몸 상태를 항상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경기에 일부고,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그래서 나는 선발이 조금 흔들린다거나 투구수가 초반에 많아진다면 준비를 항상 해놓고 있어서 항상 (불펜장) 전화가 오면 바로 팔을 풀 수 있는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쌓아 올린 경기가 어느덧 60경기가 됐다. 2020년 54경기 50이닝을 넘어선 개인 최다 기록이다. 김종수는 "60경기는 생각도 못했다. 50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매년 하는데 이렇게 60경기에 나오니 한계점이 깨지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며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은 건 모든 선수의 욕심이다. 무작정 경기수가 많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60경기에 나갔다는 건 어쨌든 아프지 않고 올 시즌을 보냈고, 팀에 계속 도움이 되고 있다는 소리니 좋은 거 같다"고 했다.
김종수에게 '건강함'은 누구보다 의미가 크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뼛조각 제거술을 각각 두 번씩 받았다. 총 4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며 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올 시즌 활약은 '인간 승리' 그 자체다. 지난 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근성'을 보여줬다. 7회말 무사 1루에서 한태양의 타구가 골반에 강타했다. 김종수를 맞고 튀어 나온 공을 최재훈이 몸을 날려 1루에 던져 아웃 카운트로 올렸지만, 김종수는 한동안 고통을 호소했다. 큰 부상으로 이어지나 걱정 가득한 시선이 있었지만, 김종수는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뒤 연습 투구를 했다. 이후 후속타자 두 명을 모두 범타로 막으면서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정상적으로 투구를 했지만, 당시 김종수에게는 큰 통증이 있었다. 김종수는 "골반에 맞았는데 엄청 아팠다. 피멍이 엄청 세게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아프다고 내려오면 뒤에 투수가 나와야 한다. 내가 맡은 이닝을 내가 끝내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다. 또 (최)재훈이 형이 아웃을 시켜줘서 힘이 더 났다"고 이야기했다.
자주 경기에 나가면서 야구에 시야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공을 던졌던 날이다. 선발 엄상백이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뒤이어 조동욱이 1⅓이닝을 던졌다.
3회 1사에 올라온 김종수는 7회 1사까지 4이닝을 총 70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을 기록했다. 김종수는 "그 경기가 나에게는 변곡점이 된 거 같다. 무작정 세게 던져서 타자를 잡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또 그렇게 투구수가 많은 건 처음이었다. 나 자신도 투구수를 많이 못 가지고 간다는 프레임에 갇혀있었는데 그 프레임을 깬 경기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김종수는 "항상 된다고 생각하면 안 좋아지더라. 후배들에게도 야구를 하면서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감이 왔다고 생각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야구다. 어느정도 알겠다고 싶다가도 한참 멀었다고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우리 팀 투수들이 정말 좋다. 나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긴장하고 내년에도 경쟁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정규시즌 2위를 확보하면서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김종수에게는 첫 가을무대가 될 전망이다. 김종수는 "엔트리에 들어야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라며 "2018년에는 마지막 경기까지 엔트리에 있었는데, 정규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교육리그에 갔다. 가을야구에 가면 재미있을 거 같다. 떨리기도 하겠지만, 그런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게 특권"이라며 '첫 가을의 축제'를 기대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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