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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작가의 1997년 발표작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제지 전문가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앞서 지난달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진출해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 최초 공개됐고 이후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그리고 지난 17일 개막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한국 영화 간판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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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너무 긴장을 하고 걱정을 하니까 '어쩔수가없다'의 미술을 담당한 류성희 미술감독이 현장에 자주 놀러오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을 자주 찾아갔는데, 시나리오로 봤던 것, 콘티로 봤던 것이 현장에서 봤을 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그러한 경험이 너무 소중했다. 항상 결과물로만 작품을 만났는데 이번에 박찬욱 감독과 과정을 함께 하니까 너무 인상적이었다. 박찬욱 감독과 경험이 없을 때에는 그 분의 작품 색채가 워낙 강하다 보니 그 분 1인 체제로 현장이 전부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 또한 내 선입견이더라. 박찬욱 감독은 그 누구보다 열려 있는 사람이었고 배우는 물론 스태프 전부와 의견을 나누고 함께 영화를 만들어 갔다. 감독 중 가장 신사적이더라"고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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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에서 실직에 대해 가장 현실적으로 대처하고자 한 아라 캐릭터에 대해 "처음엔 아라와 내가 비슷한 지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라처럼 무명 시절 계속 오디션에 떨어진 상황은 비슷하다. 나는 배우 중에서도 오디션을 굉장히 못 보는 배우였고 보통 제작진이 내 전작을 보고 출연 제의를 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케이스다. 그러한 상황만 비슷하지 아라가 추구하는 것에 있어서 접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라를 연기하면서 실직에 대한 주관에 대해 나와 접점이 보이더라. 이 일을 못하게 되면 다른 일이라도 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물론 남편 범모를 두고 외도하는 최악의 선택은 다르지만 남편의 실직에 대한 생각은 공감이 됐다. 아마도 내 안의 구석에 덮어둔 모습을 꺼내게 된 기회가 된 것 같아. 그래서 이 작품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더불어 염혜란은 "나는 과거를 안 돌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지나간 것은 잊으려 한다. 한때 나의 꿈은 아르바이트를 안 하고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일단 먹고 사는 걱정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워야 했다. 박찬욱 감독과 같은 거장 감독 작품에 출연하고 싶고, 유명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꿈이 아니라 그저 생계 걱정 안 하며 마음껏 연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최근엔 내가 그걸 잊었더라. 그게 지금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잊고 산 것 같다. 요즘도 항상 내 연기와 삶이 아쉽고 후회가 남지만 그래도 나름 잘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또 나의 바람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고 스스로 용기를 주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아라를 더욱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도 감행했다는 염혜란은 "아라는 나이가 있지만 자신을 놓지 않는 여자였다. 나이가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긴머리가 그러한 인물의 성격을 말해준다. 특히 박찬욱 감독이 아라와 범모의 20대 과거 회상 신에 엄청 신경을 썼다고 들었다. VFX 스튜디오에 가서 내 얼굴을 전부 따서 CG로 만든 장면이다. 실제 내 과거 사진도 박찬욱 감독에게 보여주면서 여러 시도를 많이 했다. 촬영 마지막 날 박찬욱 감독이 CG로 완성된 20대 시절 사진을 프린트 해서 선물로 줬다. 이성민 선배와 다정하게 있는 사진인데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도 그 사진은 집에 고이 걸어놨다"며 "그동안 나는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아직 못 보여준 모습이 많다. 그래도 관능미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관능미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내밀한 감정이 필요한 연기였다. 남들에게 늘 보여주는 게 아니라 비밀스럽고 은밀한 부분을 연기하는 것이라 용기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아직 대중에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나? 그런 이유로 걱정이 좀 되긴 했다. 내가 연기를 하면서 두려워 하는 지점은 고정화되는 것이다. 광례를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지만 또 어딜 가도 대중이 날 '엄마' 보듯 봐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팬은 나를 보고 광례가 떠올라 우는 분도 있다. 유독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곧 '어쩔수가없다' 개봉하는데 큰일 났다 싶더라. 내 이미지나 행보가 고정화 되는 게 두렵다.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보면서 다양한 시도를 앞으로도 하려고 한다"고 웃픈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개봉 이후로 박찬욱 감독,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아마 이번 주말 무대인사 때 평점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하지 않을까 싶다"며 "배우로서 관객의 반응은 정말 귀하다. 우리를 비롯해 이 영화에 함께한 사람들에게 지표가 된다. 너무 소중한 리뷰이긴 한데, 아쉬운 지점은 그저 '재미없다' 단편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배우들과 제작진을 애정하는 마음에 어떤 부분이 어렵고 아쉬웠는지 힌트를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 앞으로 우리가 연기하고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그런 평이 더해진다고 완성된 영화를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작품에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염혜란은 "나는 이 영화를 다섯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처음에는 오히려 박찬욱 감독이 너무 쉬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겐 너무 명확하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보니 또 다르더라.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싶었고 계속 볼수록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가 쉬운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굉장히 명확하고 굵은 선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어려운 영화더라. 이병헌 선배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너무 뜨거워도 두렵다고 하더라. 나 역시 관객의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생각보다 아닌데?'라는 느낌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박찬욱 감독은 워낙 디테일하고 의미를 둔 작품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니까 관객이 더 편하게 못 보는 지점도 있어서 이런 호불호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